일본경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엊그제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데 따르면 1월중 무역수지는 지난 97년 1월 이후 4년만에 9백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 불안이 증폭되고 있고 경기까지 하강국면을 지속하는 와중에서의 일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동아시아 경제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더욱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무역흑자 기조 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던 일본경제였기에 갑작스런 적자반전에 대한 해석들도 구구한 실정이다.

일본 재무성 스스로가 당분간 흑자반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할 정도이고 대부분 분석가들도 일본경제의 피로증세가 급기야 무역부문으로까지 전파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무역 흑자규모가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줄어왔던 데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상품들에서 수출 감소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세계적인 경기후퇴가 수출주도형인 일본경제에 먼저 암운을 드리우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이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별다른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금융시장이 갈수록 혼미한 상황으로 말려들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무역적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22일엔 닛케이 평균주가가 그동안 심리적 한계선으로 인식되어 왔던 1만3천엔선을 쉽게 내주었고 급기야는 오는 3월 중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금융대란설도 다시 부상하고있다고 한다.

금융기관들이 3월 결산을 앞두고 보유주식을 투매하게 될 것이고 그리 되면 증시붕괴, 자산손실 확대, 금융불안 증폭의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소위 3월 대란설의 밑그림이다.

일본경제가 대란에까지 빠져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무역적자가 불러올 엔화 약세와 구매력 약화, 경기부진의 장기화 등이 아시아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엔화 약세는 당장 자동차 조선등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잠식할 것이 뻔하고 일본경제에 대한 불신감은 아시아권 전반에 대한 국제자금 이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지난해 3천7백억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상태여서 국제적인 무역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무역흑자 기조를 재점검하고 각국의 통상마찰에 대비하는 외에도 실물 및 금융 양대분야에 걸쳐 일본경제의 전개방향에 대한 다방면의 대응책을 마련해 두는 일이 시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