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뉴욕사무소에 근무하는 컨설턴트.

지난해 미국에서 MBA학위를 딴 뒤 바로 취직했다.

첫 연봉은 12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억5천만원에 가까운 돈이지만 사는 것을 보면 전혀 "억대 연봉자" 답지 않다.

35% 남짓한 세금을 빼면 실제 소득은 8만달러 미만.

한 칸짜리 스튜디오가 월 3천달러나 하는 뉴욕시내에 살 수 없었던 그는 베드타운인 에지워터,포트리 지역을 헤매 월 2천5백달러짜리 집을 구했다.

허드슨강을 오가는 페리가 출퇴근 수단이다.

통근여객선 삯만 한달 2백50달러.

세 식구가 먹고 자고 움직이는 데만 한달 5천달러가 든다.

2년간 빌어 쓴 10만달러를 5년내에 갚기가 빠듯하다.

A씨가 실속을 찾아 서울에 들어왔다면 사정은 조금 나았을 것이다.

세금을 떼면 1억원 이하로 떨어지지만 명목상 억대 연봉자요,물가를 감안하면 실질 소득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에 있는 매킨지 보스턴컨설팅 등 10개가 채 못되는 컨설팅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의 연간 채용 규모는 많아야 30-40명.

MBA 전문 컨설팅회사인 JCMBA에 따르면 미국 50위권내 비즈니스스쿨에 진학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매년 3백명이 넘는다.

절반이 컨설턴트를 노릴 경우 경쟁률이 5대 1에 가깝다.

투자은행 문은 더 좁다.

그나마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메이저 회사들은 서울이 아니라 홍콩에 몰려있다.

집을 마련해주는 등 뉴욕에 비해 조건이 좋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하다.

소위 "톱스쿨" 출신 중에도 극소수만이 들어가는 형편이다.

외국에서 MBA를 마친 사람들 가운데 매년 30-40%가 현지 취업하지만 세전 연봉 7만-8만달러 수준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대기업에 취직하면 억대 연봉의 꿈은 접어야 한다.

삼성 LG 등을 예로 들면 계열사 마다 차이가 있지만 "톱 10"을 나온 경우 부장 월급의 2배,"톱 20" 정도면 부장+과장 월급,그보다 못한 경우는 이전 경력이 아주 좋아야 부장 월급선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연 4천만원-8천만원선이다.

직급은 이전 직장에 비해 한 두 단계 높여주기도 하지만 연봉 메리트는 적은 편이다.

자기 돈으로만 유학한 경우 많게는 1억(공립)-2억원(사립)의 빚을 안고 졸업한다.

이자를 고려않더라도 5년내에 갚으려면 연 2천만-4천만원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억대 연봉"을 받으려 MBA공부를 했다가 "억대 빚"을 떠안을 수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MBA학위를 갖고도 구직 혹은 전직 신청을 해놓은 사람들이 취업사이트마다 5백명이 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과 동시에 "아무" MBA나 일단 해놓자며 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은 나이가 많아져 오히려 취업을 못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연봉에 관한 한 성공신화를 뿌리는 MBA들도 여전히 많다.

20만달러가 넘는 연봉에 MBA학비 보전까지 받으면서 일하고 싶은 곳을 골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 대기업에 복귀해 2년만에 이사를 달면서 억대 연봉 못지 않은 대우와 직위를 누리는 이들도 있다.

첫해 연봉이 적지만 2,3년만 지나면 컨설팅의 경우 20만달러,투자은행은 50만달러로 연봉이 뛰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소수는 어느 업종에나 있기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억대 연봉"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허상이라는 점이다.

매년 5천명 가까이 MBA에 지원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 가운데 10%가 진학에 성공하고 다시 그 가운데 20% 정도만이 졸업 후 세전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게 된다고 보면 꼭 맞다.

확률 2%면 직장을 그만두고 승부를 걸기엔 결코 높지 않은 승률이다.

단지 "억대연봉" 때문에 MBA를 고려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게 현명하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