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은 서울여성 노동조합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구직중인 실업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동조합법에는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따라 근로자의 범위를 결정하게 돼 있다"며 "일시적인 실업상태나 구직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2조의 규정으로 미뤄 볼 때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동법 제2조 1호에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분명히 규정돼 있는 만큼 구직자나 실직자 모두를 근로자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송의 당사자인 서울시도 이를 이유로 항소할 계획으로 있어 사법부의 최종판단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일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초래될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길 없다.

이번 판결을 확대 해석할 경우 실업자 만으로 구성된 노조도 가능하다는 얘기고,구직활동을 왕성하게 벌이는 대학 졸업반 학생은 물론이고 심지어 고교 졸업반 학생도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 이론상으론 가능하게 된다.

이럴 경우 노동3권의 핵심인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가 없는 정치단체 비슷한 노조가 난립해 사회적 혼란만 부추길 우려가 다분하다 하겠다.

사실 이번 판결이 아니더라도 실업자의 노조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지난 98년 노사정위에서는 실업자도 초 기업단위 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합의하고 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심의 과정에서 모든 실업자에게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심의가 보류됐다.

노동부에서는 일정기간내의 전직 실업자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재차 차관회의에 올렸으나 법체계상 문제로 이 또한 심의가 보류된 바 있다.

노동3권은 따로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일체(一體)의 권리인데 실업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단체교섭의 상대가 없어 이의 보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정부는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법체계상 수용이 어려운 실업자들의 노조가입 허용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근로자의 권익보호보다는 사회운동가들의 세력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은 구직·실업자 노동조합 출현을 허용할 정도로 우리 경제사정이 어디 그렇게 한가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