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새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환란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통화가치 폭락까지 겹치고 있어 97년과 같이 동남아발 외환위기가 우리에게 전염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의 환율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냉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동남아를 비롯한 개도국 통화뿐 아니라 유로·엔 등 주요 기축통화마저 일제히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우리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원화는 실물경제의 두자릿수 성장,외국인 자금유입등으로 각국통화가 달러에 대해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다.

오히려 원화가치가 주요통화에 대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마저 있어 왔다.

환율은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가격변수란 점에서 경제상황 악화시 통화가치 하락압력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급격히 대두되면서 원화에 대한 평가절하 기대심리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의 평가절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데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불과 4일새 50원 이상 올라 1천2백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평가절하 기대심리 발생시 과도하게 반응(over-shooting)하는 외환시장의 생리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다.

최근의 환율 폭등에는 노사관계 불안,정국파행 등 경제외적인 요인에다 역외선물 시장에서 투기세력까지 가세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외환당국이 당장은 시장에 개입하지 않되 투기세력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등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불안 양상이 경제외적인 요인에 의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조치만으로 과연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환란 때 우리는 환율의 인위적 고평가 유지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소진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외환당국은 시장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환율의 단기적인 폭등은 최대한 억제하되 시장실세를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환율정책을 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