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공공부문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공기업에 이어 국책은행 등 33개 공공·금융기관에 대해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퇴직금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대해 정부가 간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그 대상이 정부출연기관을 비롯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지원받거나 지원받을 금융기관 등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당위성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은행 등이 명예퇴직 등을 빌미로 퇴직금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은 이미 감사원 감사등 여러경로를 통해서 입증된바 있고,그같은 도덕적 해이가 아직도 도처에 남아있다는 것이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더구나 금융부실 정리는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공적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상기관이나 관련 공공기관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푼의 경비라도 아끼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특히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가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라고 강요하기 전에 솔선해서 없애는 방법을 강구했어야 하는 것이 순리였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퇴직금 누진제의 폐지는 당해기관의 노사합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있는 기관으로 거듭날수 있는 길인가를 충분히 감안해 주기 바란다.

기업의 퇴직금 제도는 대부분 누진제가 아닌 단수제로 바뀐지 오래다.

그런데도 유독 금융기관들이 누진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공적자금 지원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 여부를 떠나 일반적인 퇴직금제도 개선추세에 비춰보더라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본다.

물론 당해기관들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달리 강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지만 정부로서는 실효성있게 이행될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지난 98년부터 추진해온 공기업에 대한 퇴직금누진제 폐지는 2백19개 대상기관 가운데 대다수가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일부기관은 아직도 미결로 남아 있고,그로 인해 형평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뜻을 충실히 따라준 곳은 손해를 보고,그렇지 않고 버틴 곳은 오히려 이득을 보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 것도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