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잠재손실 규모가 4조원대라는 발표를 보고 일단은 안도하게 된다.

은행과 투신사가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니 이번 발표를 계기로 금융시장 불안도 급속히 진정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일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를 밑돌 수도 있겠지만 이들 은행에 대해서는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설명이고 보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성 싶다.

금융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인 것도 정부 발표에 대해 투자자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 부실 내역에 금융권이 떠안고 있는 실질적인 부실들이 모두 포함되었는지,또 4조원을 조금 넘고있는 이번 부실만 떨어내고 나면 금융시장이 진정으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강력한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하겠다.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것이나 정부가 10조원의 채권펀드까지 조성해 회사채 인수를 독려해야할 정도에 이른 금융시장의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본다.

최근의 일만 하더라도 상당수 투기등급 회사채들이 정부의 개입이 있고서야 겨우 차환발행됐고 일부 회사채는 무려 40%의 기록적인 수익률로 거래가 이루어진 터여서 이를 정상채권으로 전제하고 평가한 부실규모라는 것을 과연 적정하다고 봐야하는지부터가 논란거리일 것이다.

당장의 부실을 장래의 부실로 연장,환치해 놓은데 불과하다면 금융시장 불안은 언제건 다시 재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점이 걱정된다는 말이다.

부실규모를 줄여 공적자금투입 소요액을 줄이는 대신 채권펀드를 설립해 이로써 금융시장을 인위적으로 관리해가는 방식이라면 장차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등은 어떤 방법으로 감독해 갈지도 의문스럽다.

정부는 당장의 명목상 숫자관리에 매달리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시장안정''이라는 차원에서 금융부실 문제를 다루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