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있는 세계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사회적 응집력과 경제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이 튼튼히 자리잡도록 해야 합니다. 또 경제개발은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부의 공평한 이익분배 및 사회보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사회보장책 수립을 통한
국민 생존권 보호는 그 나라 경제발전의 기본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지구촌 국가들에게 언제나 긍정적
인 기회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하고 "OECD는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감시하고 세계화의 열매가 각 국가들에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스턴 총장은 "한국은 빠른 시간내에 위기를 기회로 바꾼 나라"라며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있지만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존스턴 총장을 만나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를 점검했다.

-OECD의 직원은 얼마나 되고 무슨 일을 하는가.

"현재 사무국에 근무하는 직원수는 1천명 정도 된다.

이중 7백명이 각 분야의 경제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동향은 물론 각 나라들의 움직임까지 연구/
분석하고 있다.

광범위한 연구를 하는 만큼 뛰어난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OECD가 너무 관료주의적이라는 비난도 있다.

"OECD에 대한 불만은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은 OECD가 유럽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유럽은 너무
미국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OECD의 운영이 너무 관료주의적이고 번잡하다는 것은 사무국 자체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결방법을 지적하는 것이다.

OECD 회의의 모든 의사결정은 만장일치제로 이뤄진다.

이로 인해 때론 중요한 결정이 지체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프랑스의 반대로 다자간(MAI) 협상이 결렬됐던 것도 바로 만장일치제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국가는 29개 회원국의 합의도출이 어렵다며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최근들어 OECD 국가들 사이에 유전자 변형식품 문제가 핫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

"과거 유전자변형 식품 문제는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나 세계보건
기구(WHO)의 식품안전규격위원회가 전담해 왔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유전자 변형식품, 즉 바이오 테크놀로지가 현실적 문제로
등장함에 따라 선진국 모임인 OECD가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게 됐다.

최근 독일에서 열렸던 G8 정상회담에서 유전자 변형식품 안전 문제를 연구해
달라는 공식 위임을 받았고 지난해 9월부터는 식품안전 실무 전담반을 만들어
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는 2월께에는 회원국 대표들이 모여 바이오 푸드와 환경 등 다른 분야와
관련된 정책회의가 열린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유전자 변형 식품의 유해성 여부다.

유럽측은 예방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은 인체에 해롭다는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OECD의 유전자 변형식품 유해성에 관련된 최종 보고서는 오는 7월 오키나와
에서 열릴 G7 정상회담에 제출될 예정이다"

-유전자 변형식품 문제를 비롯해 다자간 협상 등 WTO와 OECD가 다루는
이슈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

WTO와는 어떤 관계인가.

"WTO와 OECD는 협력관계에 있다.

하지만 기능과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WTO, OECD 두기구 모두 세계경제의 주요 쟁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슈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

OECD는 세계경제와 관련해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 및 협상, 정책 결정 등을
돕기 위해 과학적으로 연구조사해 지원한다.

이에 반해 WTO에는 이같은 연구나 분석 기능이 없고 OECD 보고서를 참고로
한다.

규제개혁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OECD는 규제개혁이 세계경제 발전에 미치는
효과와 응용방법을 연구해 제시하고 WTO는 회원국으로 하여금 이를 실행토록
하고 감독하는 일종의 경찰 역할을 한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과거에는 국내 문제에 속했던 경제정책이나
기업지배구조 등이 국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자간 협상과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이슈의 등장에 따라 국제기구간
공조체제의 필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시애틀 뉴라운드에서도 보았지만 세계화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세계화가 모든 나라에 긍정적이고 좋은 것만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OECD는 세계화의 부정적 요소를 감시하며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정보교환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세계화는 개인과 관련이 있다.

세계화에는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응집력과 경제발전이 동반돼야 한다.

즉 성장에는 사회보장이 따라야 한다.

신경제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에서도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성장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 하는 것은 이익 분배와 관련이 있다.

경제개발은 사회보장과 분리될 수 없다.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은 어느 특정 국가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사회보장책 수립을 통한 국민 보호는 그 나라 경제발전의 기본요소라 할수
있는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균형 있는 세계화를 위해선 사회적 응집력과 경제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21세기 사회와 관련해 OECD가 장기적 차원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문제는
무엇인가.

"고령화 사회다.

OECD는 이미 1996년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키 위해
연구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는 노인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능동적으로 사회활동
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문제뿐 아니라 향후 국가 재정 및 예산과도
직결된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연금재정은 심각한 적자를 내고 있다.

향후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인구층으로 들어갈 때면 세대간 부담문제가
악화될 것이다.

활동인구 퇴직연령을 높이든지 아니면 어떻게 퇴직인구를 다시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 피부양인구가 아닌 경제활동 인구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그 문제는 단 시일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맞는 말이다.

각국마다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조기토직이 일반적 추세인데 고령화
사회와는 이율배반적인 것이다.

물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려다보니 명예퇴직제가 도입되고
있다.

이는 연금 시스템 재정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단기적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조기퇴직을 장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경제활동인구를 피부양자로 내모는 조기퇴직제는 고령화 사회에 바람직하지
않다.

조기퇴직 인센티브도 줄이고 근본적인 실업대책을 세워야 한다.

실업문제와 관련해 노동시장 유연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이미 확보된 사회보장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복지제도와 실업수당 등의 혜택은 좀더 강화하는 등 합리적으로 운영할
필요는 있다.

또 이와 동시에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복귀 훈련도 함께 실시돼야 한다"

-얼마전 IMF 2년 평가 포럼 참석차 한국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경제 상황은 어떻다고 판단하나.

"한국은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삼았다.

특히 금융분야 개혁은 괄목할 만하다.

최근 한국경제지표를 보면 안정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생산이나 무역수지 외환보유고 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9년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예상 경제 성장률은 2% 내외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해냈다"

-총장은 1년 전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재도약을 믿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급증하는 실업자 등 많은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지만 난 한국을 신뢰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OECD는 한국이 환란 이래 지금까지 보여준 위기극복 노력과 여러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개혁 작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개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볼 때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대담 = 강혜구 파리특파원 hyeku@coom.co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