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뭉쳤다.

인터넷으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의지를 한데 모아 벤처를 만들었다.

제자는 대표이사 사장, 교수는 이사대우 연구소장.

사제의 자리가 역전됐어도 문제는 없다.

스승의 경륜과 제자의 패기가 만나니 불가능이란 없다.

창업 1년도 안돼 벌써 ''매출 30억원''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다가왔다.

"INQ".

한양대 공대 학생과 교수 몇명이 뜻을 모아 만든 벤처기업이다.

Internet Quotient에서 따온 것으로 질좋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뜻이다.

지난 98년 1월.

지금 사장을 맡고 있는 박원경(29.전자공학과)씨는 졸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대기업에 취직할 것인가, 아니면 하고싶은 일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박씨는 지도를 맡았던 박정기(50) 교수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학창시절 남다른 노력으로 쌓아온 인터넷 노하우로 무언가 일을 벌이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박 교수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놓은 대답은 명쾌했다.

"그럼 같이 벤처를 만들어 보자"

평소 제자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썩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온 박 교수
였다.

박씨는 대학시절 HYU Web이라는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을 끌어
모았고 박 교수는 절친했던 산업디자인과 박민용(44) 교수를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8월 학생 5명과 교수 2명은 한양대 제2공학관(창업지원
센터) 5층 구석진 사무실에 INQ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자본금 5천만원은 박 교수와 박 사장이 각각 절반씩 투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것 뿐이었다.

맨처음 시작한 일은 대학이나 기업 등 고객을 찾아 인터넷 홈페이지와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주는 것.

홈페이지와 DB 구축은 HYU Web 시절부터 닦아온 노하우가 충분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고객을 만드는 것이었다.

박 교수는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냈다.

평소 "마당발"로 통하는 박 교수는 몇몇 대학과 기업을 찾아 프로젝트를
따냈다.

5명의 제자들은 박 교수가 따온 프로젝트를 밤을 새워가며 완성해냈다.

창업 후 5개월동안 기업과 공공단체를 포함해 모두 10개의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이한출판사 도서 DB및 사내 인트라넷 구축, 한양대 교수논문 DB제작 등
3개의 DB구축 사업도 함께 진행했다.

당시 이들에게 홈페이지 제작을 맡긴 K기업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줄때
솔직히 걱정이 없진 않았으나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이상으로 뛰어난
실력에 감탄했다"고 말한다.

이같은 실력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INQ는 거침없는 성장세를 탔다.

올들어서는 오히려 고민스러울 정도로 프로젝트가 넘쳐나고 있다.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조직도 늘렸다.

기술만으로는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영업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마케팅.영업이사를 맡고 있는 김민형 이사와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홍화숙
연구실장, 영업팀의 박성훈 이사 등은 대부분 대기업 출신의 베테랑들이다.

직원수가 창업 당시 7명에서 지금은 18명으로 불어났다.

별도 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INQ는 지금 또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다.

단순한 홈페이지 제작에서 벗어나 국내 사이버 교육망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초등학교 온라인 교육망 구축사업이 대표적이다.

전국 1천5백여개 초등학교와 온라인 학습정보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가계약을
맺었고 올해말까지 6천개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9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다.

INQ는 이외에도 인터넷 쇼핑몰 구축 등 전자상거래 쪽으로 영역을 넓혀갈
생각이다.

이 부문에서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INQ가 당장 올해말까지 끝내야 할 프로젝트는 8개다.

모두 1억~2억원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들이다.

이 프로젝트들이 끝나면 INQ가 벌어들이게 될 돈은 무려 30억원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매출 1억5천만원의 20배다.

스스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급속한 성장세다.

그러나 INQ는 자신만만하다.

이미 모든 프로젝트들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고 스승의 후원과 제자들의
뛰어난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코스닥시장 등록까지 계획하고 있다.

"INQ가 뜻하는 것처럼 양질의 서비스로 승부할 겁니다. 남보다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는게 관건이지요.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도전할 겁니다"

INQ의 눈은 벌써 세계를 향하고 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