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믹스는 과연 21세기 번영을 약속하는 유일한 패러다임인가"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초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양날개로 경제의
재도약에 나선다는 DJ노믹스를 제창했다.

국민의 정부가 그 기조에 따라 경제의 새 틀을 짜기시작한지 1년.

DJ노믹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평가는 분분하다.

DJ노믹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경제를 회생시키고 다음 세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장)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접목되는 과정에선 다양한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DJ노믹스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신용도를 끌어올리는데 탁월한
약효를 발휘했다"는 일반적인 평가 이면엔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치논리에 따른 위험한 의사결정을 단행했다"는 시각도 나왔다.

빅딜에 대해선 "자율로 포장된 타율"이란 견해가 제기됐다.

금융기관 합병과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신관치경제"란 비난이 있었다.

노사문제를 푸는데도 마찬가지였다.

노사정 위원회는 시장주의 원칙을 벗어나 "조합주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을 들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DJ노믹스는 지금껏 자율의 깃발 뒤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자의적 개입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밝혔다.

여기서 모순이 나타나고 불확실성이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불가피하게 시장에 개입
했다는게 DJ노미스트들의 주장이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러나 "시장실패가 정부실패보다 사회적
비용이 적게 나타나는 역사적 경험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DJ노믹스는 수년전 시장의 실패를 강조
하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평등한 분배에 두었던 "대중경제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속에서 대중경제론이 IMF(국제통화기금) 등의 요구에 맞춰 시장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새롭게 단장한 것이 DJ노믹스의 실체란 분석이다.

"위기탈출 여부에 따라선 시장경제의 가치를 절하하고 정부개입을 강화할
조짐도 보일 수 있다"는 그의 우려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김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DJ노믹스는 근본적으로 시장주의에, 엄격
하게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기초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신자유주의란 영미식의 사회형태와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경제 질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의 대처주의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민주발전과 경제성장의 동시달성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무분별한
세계화의 잔해를 떠맡은 야당출신 대통령 당선자가 가질 수 있는 유력한
선택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영국은 대처주의 노선를 따른뒤 80년대를 지나면서 외국인
기업을 제외한 제조업이 붕괴되고 소득 및 부의 분배구조가 빠른 속도로
양극화되는 현상을 겪었다"며 섣불리 한국적 발전모형을 포기하고 전면
개방을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속에 편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했다.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지난 1년간은 국가부도와 글로벌스탠더드란 이름
아래 개별 이익집단 및 서방권력과 DJ정권간에 밀월관계가 형성된 시기였다"
며 아직 DJ노믹스를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자본은 빅딜이 과연 시장경제 원리를 준수했는지를 평가하려 들
것이다.

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조직적인 반항도 올해 DJ노믹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는 "올해는 DJ노믹스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DJ노믹스는
자기모순의 여지를 시급히 정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