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태평양의 하늘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대부분의 APEC회원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률이 플러스인
나라도 수치는 갈수록 둔화추세다.

"태평양 시대가 열린다"는 얼마전의 구호는 "아시아를 본받지 말라"로
바뀌었다.

APEC회원국중 올해 플러스 성장세를 보일 만한 국가는 아시아권에서는
그나마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중국 대만 등 극소수다.

최근 각종 연구단체들의 전망치를 분석하면 아시아권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것이 분명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다소간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 다른 돌발적인 악재가 생긴다면 이 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와튼경제연구소(WEFA)의 세계경제 시나리오 중 비관적 상황을 보면 세계
경제는 내년에 0.2%의 제자리 성장을 보인다음 2000년에나 1.2%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시아는 이제 고비를 넘긴 것인가.

주가와 환율의 안정세가 지속되고 디플레도 서서히 바닥을 넘어서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호전인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부실금융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또다시 발목을
잡을 것인가.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요 회원국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상황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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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첫 희생국이다.

작년 7월2일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고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무릎을 꿇었다.

그후 태국이 걸은 길은 처참하다.

올들어 10월말까지 문을 닫은 회사는 1만1백75개 업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나 늘었다.

올해 경제성장 예상치는 마이너스 7%.올들어 지금까지 인플레는 9.2%로
작년보다 3.6%포인트나 높아졌다.

한마디로 경제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IMF의 장학생"이라는 평을 받아 국제사회로부터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금융위기가 닥친후 태국정부는 부실금융기관의 폐쇄 등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금융재편청을 설립해 부실금융기관을 쓸어냈다.

외국투자가를 다시 불러들이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덕분에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목표액(1백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1백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지난 7월까지 32억6천만달러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
(17억6천만달러)의 1.8배로 늘었다.

올해초 달러당 57바트까지 올랐던 환율도 30바트대로 내려와 통화가치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펀더멘털 자체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엔화강세 등 외부적인 호재 때문이지 태국경제의 자생력에 의해서가 아니다.

기업체 부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증거다.

국민들의 체감한파는 더 심각하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로 대형 쇼핑센터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대신 싸구려 좌판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오피스 빌딩은 절반가량이 비어있다.

경제시계는 여전히 뒷걸음질중이다.

그러나 태국은 희망이 있다.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이라는 점이다.

작년 생산량은 2천2백50만t.

이중 5백만t을 수출해 2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또 세계경제가 안정되면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광은 태국의 주요 외화수입원이다.

지난 96년에는 관광객들이 86억달러를 뿌리고 갔다.

올해 목표는 1백억달러.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어메이징(amazing)타일랜드"운동을 범국민적으로
펼치면서 군부대까지 관광상품화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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