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실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

"투명하고 강한 기업"-

DJ 노믹스에서 지향하는 금융과 기업의 미래상이다.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금융은 실물경제의 핏줄
역할을 회복하며 기업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세계 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

이를 위한 핵심원칙은 "철저한 경쟁과 자기책임"이다.

금융기관이든 기업이든 시장에서 경쟁을 하다 패배하면 자연스레 퇴출
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다.

<> 금융기관도 기업성 갖춰야 =DJ 노믹스에선 국내 금융이 낙후된 원인의
뿌리를 관치경제에서 찾는다.

과거 경제개발 추진과정에서 금융이 정부의 산업정책을 뒷받침하는데
머물러 상업성을 추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론 "금융기관도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기관으로 운영
돼야 한다"는게 DJ 노믹스의 주장이다.

이를위해 정부는 금융산업에 대한 사전규제를 사후감독 체제로 전환하고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해 적자생존의 원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금융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업무영역이나 진입규제를 완화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DJ 노믹스는 또 금융기관들이 여신심사능력을 키우고 회계 및 공시를 투명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의 하부구조를 탄탄히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지금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것도 결국은 자신들의
대출심사능력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 부분의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함께 금융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은 중립을 유지하도록 하고 금융감독도 보다 효과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뒷받침하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철저한 심사능력을 바탕으로 이윤
동기에 따라 경영을 한다면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이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게 DJ 노믹스의 요체인 셈이다.

<> 기업경영은 투명하고 건실하게 =DJ 노믹스의 기업개혁 부문은 김대중
대통령이 올초 당선자 시절 대기업들과 합의한 "구조개혁 5대원칙"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

즉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의 금지, 재무구조의 획기적인
개선, 핵심기업의 설정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강화,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성 강화 등이다.

여기에 부실기업 퇴출은 시장원리에 따라 한다는 것과 공정경쟁을 시장의
기본으로 삼겠다는 것을 추가했다.

DJ 노믹스에선 "지난해 우리 경제가 위기를 맞게 된 것도 결국은 과거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기업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기업도산이 확대되자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도
부실해졌고, 이 때문에 우리 금융기관의 대외신뢰도가 추락했으며, 급기야는
외환유동성 부족 사태에 빠지게 됐다"는 것.

이처럼 기업경영이 부실해진 것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 의존해 비효율적인
투자를 일삼았기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제 이런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않고는 기업도 살수 없고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는게 DJ 노믹스의 상황인식이다.

그런만큼 기업엔 많은 주문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계열사간 빚보증 관행은 아예 없애라고
요구했다.

또 현재 4백%에 달하는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미국(1백53%)이나 일본(1백93%)
수준인 2백% 이내로 낮추라고 강조했다.

최첨단산업에서부터 소비재산업에 까지 뻗쳐 있는 문어발식 경영은 포기
하고 핵심업종에 집중해 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같은 업종 전문화는 기업들의 돈 줄을 쥐고 있는 금융기관을 통해 유도
하는 한편 빅딜이나 사업분할 등이 이뤄지면 정부는 세제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채찍과 당근"을 모두 쓰겠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상장기업은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토록 하고 소수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경영진을 적극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일은 시장
경제가 원활히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DJ 노믹스는 못박고 있다.

<> 자본시장을 기업자금 주공급원으로 =DJ 노믹스가 금융.기업 개혁부문에서
또하나 강조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육성이다.

이는 선진국들의 영.미식 자본주의가 발달된 자본시장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자본시장이 취약하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자본시장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재원을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기업재무구조가
악화되고 금융부실이 누적됐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를 해결하고 조속한 경제회복을 이루려면 자본시장을
발전시키는게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을 높이고 채권시장도 적극
활성화하겠다고 제시했다.

특히 채권시장의 경우 올해부터 대규모 발행되는 국채를 중심으로 재편
하겠다는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와함께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선 코스닥시장을 적극 키우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구체적으론 "제2의 증권거래소"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코스닥증권(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일부 민영화대상 공기업을
미국의 나스닥 등 외국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함께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
하겠다고 설명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