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도 올하반기 경기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이후 빚어진 판매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도 타격을 받게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반기에는 내수침체를 수출로 버텨왔는데 하반기에는
내수와 수출쪽에서 이중고를 겪지 않을까 우려했다.

때문에 통신기기 등 일부업종을 제외하고는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에서는 최근의 경기침체가 하반기까지 심화될 경우 생산기반이
급속히 붕괴돼 우리경제가 장기공황에 빠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들의 경영난으로 하반기에도 투자는 더욱 위축돼
98년 국내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30.6%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 하반기경기전망을 들어봤다.

<> 자동차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내수는 상반기부진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1가구 2주택 중과세폐지 등 자동차내수진작책을 내놓았지만
실질임금감소로 구매력이 떨어져 자동차내수시장이 회복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자동차 3사는 하반기 자동차내수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차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도 일본 엔화약세현상으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오규창 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자동차산업의 가동률은
5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 반도체 =메모리반도체의 공급과잉으로 하반기에도 반도체업계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5월이후 공급과잉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가격하락이 가속화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일부 반도체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가격하락과 환율상승으로 차입금
상환부담이 늘어나면서 국내업체들의 투자여력이 떨어져 시장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손영석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사장은 "공급과잉으로 하반기에도
침체가 예상된다"며 "올 시장판매액은 당초 예상(5%)보다 훨씬 떨어진
2%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신제품인 윈도 98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경우 반짝 특수를 기대할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 가전 =내수는 고전을 면치 못해 수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임세경 LG전자한국영업본부장은 "필수구매를 제외하고는 대체 및
계절수요가 없어져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구조조정이 급진전돼 실업이
늘 경우 가전제품판매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은 하반기에 광고판촉을 줄이고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수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남아 및 독립국가연합(CIS)수출이 크게 줄었지만 딱히 대체시장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엔화절하가 가속화하면 우리시장이 잠식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철강 =상반기 내수침체속에 수출확대로 활로를 모색했던 철강은
하반기 수출증가세가 둔화돼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철강수출이 줄 것으로 보는 것은 국제 철강수요 감소와 유럽 미국등지에서
무역규제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출하부진과 재고증가로 감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석유화학 =석유화학도 부진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외 수요는 크게 늘지 않겠지만 관련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훈 석유화학공업협회상무는 "최근 일본이 20%안팎, 우리나라가 10~30%
감산해 가격은 회복세를 탈것"이라며 "가격만 회복되면 나름대로 수출채산성
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력시장인 중국 등 아시아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은
좀체 활발해지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기계 =기계공업진흥회 양정환본부장은 하반기 기계생산업체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및 금융기관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또 한전 등 공기업도 발전설비발주를 늦추고 있어 관련 생산업체들의
생산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양 본부장은 "상반기중 내수가 30~40%가량 격감했지만 하반기에는
50%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선 =조선은 수주물량이 있어 하반기 일감 걱정은 없다.

그러나 하반기수주환경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중공업 정익영 전무는 "엔화움직임에 따라 조선수주전망이
엇갈린다"며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주경쟁이 가열돼 선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조선소들은 일본선주로부터 주문량이 많은데 일본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수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 섬유 =내수경기는 상반기와 같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경기는 중국 동남아 등의 화섬사 직물류의 수요감퇴와 수출채산성
악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금액기준으로 보면 하반기 섬유수출은 미주지역과 대만 홍콩 중국
등 동북아지역에 대한 의류수출증대에 힘입어 전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섬유업체들은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긴축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