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10%이내로 제한됐던 환율의 하루 변동폭이 16일부터 폐지돼
무제한으로 오르고 내릴수 있게 됐다.

시행첫날의 환율은 달러당 1천4백원대로 전날보다 2백원가까이 떨어져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불안한 외환수급사정 등을 감안할때 안정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번 자유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15일 저녁 부랴부랴 발표한 것에서도 알수 있듯이 국제통화기금
(IMF)의 요구를 받아들일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또 최근들어 상승폭 제한때문에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빈번히 나타나
외환수급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가격기능의 확대가 필요했다는 정부의
설명도 일리가 있다.

더구나 시장경제기능의 확충을 위해 언젠가 이행해야 할 제도라는 점에서
보면 시기를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환율의 변동제한폭 철폐는 그동안 환율상승기대를
이유로 외환결제를 기피하거나 달러매입 또는 보유를 선호해오던 부작용을
완화시켜 외환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환율은 대외거래에서 가장 큰 변수중의 하나다.

특히 환율변동이 완전히 시장기능에 맞겨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등락에
따른 위험부담 또한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들도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훨씬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 대한 분석능력과 환율의 예측능력을 제고시키고
선물환거래 등을 통해 환위험으로부터 보호할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환리스크 회피라는 소극적 의미도 있지만 외환시장을 이용한
재테크의 극대화라는 공세적 의미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할 과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외환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가격기능에 맡겨진다는 것은 시장참가자들이 정확한 정보에 의해
합리적으로 대응할때 안정될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에
속한다.

또 외환거래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될수 있도록 여러가지 제도를 개선하고
외환중개기능을 확충하는 등의 제도개선도 정부가 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변동환율제는 처음 도입된 제도인만큼 아직 모든 경제주체들이
적절한 행동을 하기까지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도입초기의 혼란에 대비하는 일은 물론 지나친 급등이나 급락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장에 참여해 이를 완화시키는 조절능력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환율제도의 변화는 우리경제가 완전한 개방체제로 이행됐음을
의미한다.

국내외의 미세한 환경변화도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특히 금리 환율 등 국내외의 주요 시장변수들이 국내경제와 정책운용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정책도 보다 치밀하고 정교해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