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8일 대선 투표일까지 꼭 6주가 남았다.

이번엔 여느때 공명선거 푸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번은 정말 연습이 아니다.

말그대로의 공명선거 여부가 국운을 가르는 분기점이란 일종의 말기적
예감이 엄습한다.

그만큼 비장하다.

폭발직전의 경제위기와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 절망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한국정치의 비생산성에 있다는 넓은 공감, 만일 묵은 정치의
때를 이번에도 씻어내지 못한다면 나라의 명운은 다시 기어오르기 힘든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리라는 절망이 권력욕에 멍든 정치인을 뺀 모든 국민의
가슴을 잔뜩 옥죄고 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제기되던 여러 의혹들이 하나씩이라도 해소돼 풍토가
맑아간다면 또 모른다.

그렇기는 커녕 유권자의 눈엔 분명 어느 한쪽이 새빨간 거짓말일수 밖에
없는 모략중상이 하루를 건너지 않고 사방에서 꼬리를 문다.

갈수록 에스컬레이트를 한 끝에 현직 대통령의 도덕성 정도가 아니라
인격이 걸렸다 할 시비가 드디어 벌어졌다.

돈깨나 들었음직한 국민신당의 출범을 두고 청와대가 후원을 한다, 아니다
하는 공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시비는 진부간에 한국 정치가 얼마나 국민을 얕보고 우롱하는
저질성인가를 극적으로 말해준다.

따지자면 일대 사건이다.

신당창당은 집권 다수당의 공식 경선결과를 정면 뒤엎은 분명한
분파행위다.

이 대목에서 다른 사람 아닌 창당 총재이며 현 명예총재, 그것도 선거관리
최종 책임자인 현직 대통령이 어떻게라도 분당을 만류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물심 지원을 했다, 아니다 하는 공방을 어찌 단순한 정치행위로 볼수
있는가.

양면에 날이 있다.

만일 근거없는 모략일 경우 아무리 선거전이라도 발설자에게 준엄한
형사책임을 물어 마땅하고, 반면 혐의의 상당부분이 사실이라면 도의적으론
물론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을수 없는 수준 이하의 비신사 행위라고
감히 말하지 않을수 없다.

만일 이 사건의 진부를 가리지 않고 우물우물 넘어간다면 한국정치의
장래는 암담하다.

첫째로 "충분한 대립과 토론, 다수결의 의사결정, 지양통일적 집행"이라는
민주정치의 요체는 어떤 미명으로도 깨지 못한다.

이것이 불식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절망이다.

둘째 돈 덜드는 정치의 실제 구현이다.

부족하지만 모처럼 정치개혁 입법이 끝난 이 마당에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도 떡값 명목의 공돈을 받아, 돈으로 조직하고, 돈으로 사람 부리고,
돈으로 군중과 표모으는 짓을 또다시 한다면 유권자들이 이들을 기필코
떨어뜨려야 함은 물론 법대로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여기 비하면 양당 대결이 좋으냐, 3당 대결이 좋으냐라든가 내각제가
부패방지 방도냐, 그 반대냐는 나중 문제다.

오로지 거짓말 덜 하고 돈 덜쓰는 선거 아니면 유권자가 가차없이
한표로 심판을 내리는 풍토만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그런 뜻에서 현실부정의 공감은 대안실현으로 결실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