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부동산거래가 거의 중단되고 가격도 급격히 떨어지는 등 부동산시장
전체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기업 부도사태로 공장용지나 업무용
빌딩, 상가 등 대형 부동산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연한 결과다.

또 부동산의 거품이 제거되는 것은 서민생활이나 기업경영에도 보탬이 돼
어느정도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대해 다소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거품제거에 그치지 않고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심화시키는 소위
복합불황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값이 폭락하면 이를 담보로 잡은 은행들은 담보가치가 떨어져
부실채권이 쌓이고, 그러한 금융기관의 경영악화는 시중 자금난을 더욱
어렵게 함으로써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게 된다.

더구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노력을 하려고 해도 부동산 등
자산처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거품제거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당장 부동산담보가 있어도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뿐만아니라 토지 건물 등 실물자산이 거래두절로 인해 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생산성저하를 가져오는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때문에 가격하락은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조세감면의 확대 등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킬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기업들이 자구노력을 하려 해도 과다한 세금때문에 부동산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현행 세제에서는 토지나 건물매각시 법인세는 물론이고 특별부가세 주민세
등 양도차액의 절반이상을 세금으로 내게 돼 있다.

자산인수자의 입장에서도 취득세 등록세 등 취득가액의 최고 29%까지
세부담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가 내년부터 오는 99년말까지 2년동안 법인이 금융기관부채
상환을 위해 양도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특별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으로
조세감면 규제법을 고치기로 하고 이미 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기업자산처분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다.

다만 법개정이 이뤄진 후 구체적인 적용기준이나 제한업종 등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대상제한으로
시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세금면제가 자칫 기업의 부동산투기 소득에 특혜를 주는
결과를 가져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경제전체가 동맥경화에
걸려 더 큰 화를 겪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동산 매각뿐아니라 기업의 분할이나 합병에 따른 자산 양수도의
경우도 관련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음을 아울러 지적해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