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채용패턴은 최근 2~3년간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였다.

틀에 박힌 "필기시험-면접-신체검사"의 전형 방식을 탈피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이른바 "튀는 인재"를 잡기 위해선 전형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시각이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취업문이 좁아진 것도 채용패턴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물론 예비취업자들도 스스로를 "차별화"해야만
상품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사회 자체가 다원화되고 있다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는 뜻이다.

쌍방울개발은 지난해 입사전형에 등산 마라톤 자전거경주 등 "철인 3종"
경기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선 무엇보다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는 게 쌍방울 관계자가 설명하는 이색전형의 이유.

이 회사는 또 신입사원 전형에 성격검사와 사업계획서 작성능력 등도
포함시켰다.

쌍방울이 원하는 인재는 한마디로 공부만 잘하는 책상물림이 아니라
지성 체력 덕성 등을 모두 갖춘 "전인적인 인간형"이라고 인사담당자는
강조하고 있다.

제일제당이 도입하고 있는 "밀크로드 시스템"은 즉석 채용을 추구하는
제도.

밀크로드란 미국기업들이 직원들을 채용할 때 손수레에 우유를 싣고 각
대학을 돌며 즉석에서 면접을 한데서 유래한 용어.

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연세대 등 일부대학에 상설채용부스를 설치해
놓고 현장 인터뷰를 통해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일부 중소 디자인 업체들 역시 제품과 인테리어, 의상디자이너 등
전문인력을 뽑기위해 대학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의 개인별 작품집을
평가하는 작품집 평가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바뀐것은 기업들의 채용방식뿐만 아니다.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지면서 구직자들의 자기표현방식도 다양해졌다.

과거 영어와 상식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식의 공부만으론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용모는 물론 화술 순발력 협동심 체력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대응력을
키워야 하는 것.

그래서 취업전에 성형수술을 하는가 하면 웅변학원을 찾아다니는
취업준비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또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사회봉사활동 배낭여행 어학연수 등의
경험을 중시하자 대학교 4학년생들중엔 공부를 제껴놓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신종 취업준비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한 채용이 일반화되면서 과사무실이나
교수연구실에 줄을 서 입사원서를 받는 모습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예전과 전혀 딴판인 "입사 신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생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K대 사회학과 2학년 L양은 두달간 벼르던 유럽배낭여행을 지난달 5일부터
20일간 다녀왔다.

여행경비 2백만원은 두달간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다 부모님의
지원으로 조달했다.

여자 혼자 해외배낭여행을 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말리던 부모님들도
"졸업후 취직할때 도움이 된다"는 말로 설득했다.

L양은 지금도 배낭여행을 다녀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둘러본 것도 그렇지만 혼자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무척이나 뿌듯하다.

정말로 나중에 취업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게 L양의
설명이다.

세계화시대에 영어가 필수가 되면서 아예 한 학기를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현지에서 외국어를 마스터해 입사시험때 외국어 공포에서 벗어나보자는
것이다.

특히 병역문제가 걸려있지 않은 여대생들의 경우 보통 2학년과 3학년
사이에 1년을 휴학하고 해외연수를 떠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숙명여대 수학과 J양은 "시야도
넓히고 외국어 실력도 쌓을 생각이었다"며 "취업준비가 되고 해외여행도
하니 일석이조가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영어 시험으로 토플보다 토익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변화다.

기업들이 자체 영어시험보다 토익점수를 반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시사영어사 관계자는 "최근 토익시험을 보는 대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몰리는 응시자를 위해 시험횟수를 연간 10회에서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