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의 자구계획안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 내용과 그 실현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자구계획의 강도와 실현가능성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가 곧 기아의
사활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아그룹은 30일 채권단회의까지 일체 자구계획안을 공개할수 없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채권단회의에 앞서 미리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할 경우 채권단회의에서
운신폭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아그룹 자구계획의 주요 골격은 <>계열사 구조조정 <>부동산 매각
<>경영혁신을 통한 수익개선 등 세가지로 구분할수 있다.

우선 계열사 구조조정안은 대충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이 부문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아시아자동차는 매각하지 않고
슬림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송병남 기아그룹 기획조정실 사장은 "아시아자동차는 공장부지를 매각하는
등 철저하게 경량화시켜 기아자동차와 합치겠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아시아자동차를 흡수합병시켜 매각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기아그룹이 이처럼 아시아자동차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은 아시아가 없으면
기아자동차도 살아갈수 없기 때문이다.

순망치한의 관계인 셈이다.

아시아자동차는 기아그룹의 1t 상용차를 제외한 전체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는데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기아브랜드로 팔려 나가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는 프라이드를 생산하고 있어 아시아를 놓칠 경우 내수는
물론 중국 이란 필리핀 등 해외 현지조립(KD)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열발기차와 시작한 프로젝트는 국내기업 처음으로 중국에서
승용차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그동안 기아가 심혈을 쏟아온 사업이다.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자동차에 흡수합병되면 아시아자동차판매 역시
기아자동차판매에 흡수합병돼 28개 계열사 가운데 분리 11개사, 법인매각
1개사, 통폐합 3개사로 13개사로 축소한다는 당초 방침은 15개사 축소로
선회되는 셈이다.

부동산 매각과 수익개선 방침은 대체로 이미 발표된 내용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채권단이 요구한 <>임원등 인력감축폭 확대 <>계열사및 임원 보유
주식 담보제출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 등 대부분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임원 확대폭은 50%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채권단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것이고 경영권 포기각서를 갈음할수 있는 자구계획 이행각서는 이미 제출한
상태다.

이같은 기아그룹의 방침에 대해 채권단은 내놓을 것은 다 내놓은 것 같다는
반응이다.

아시아자동차 매각건도 돈만 받을 수 있다면야 구태여 반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아직 기아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의 이행 일정이 보다
빨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내놓은 자구계획의 실현 시점은 너무 늦다는 판단이다.

채권단의 이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아는 이미 자구계획의 상당부분을
실행단계에 옮겨 놓고 있다.

채권단회의를 앞두고 자구계획의 조기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다 짧은 부도유예기간중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어서다.

우선 23명의 고문 해임으로 시작된 임원인사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주식담보 제출도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기아그룹은 오는 31일 여의도 사옥 지하1층 강당에서 그룹 부동산 매각
설명회를 갖고 본격적인 부동산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아그룹은 이런 방법을 통해 올 연말까지는 적어도 1조원의 부동산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 스스로가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고 금융간에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들이 이 자구계획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기아그룹이 어떤 "히든 카드"를 갖고
있는지-.

채권단회의를 눈앞에 둔 지금 최대의 관심사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