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벌써 2년이 다 돼간다.

지방자치제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주민들의 자별적인
문제 해결능력과 참여의식을 높이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갖는 자율권에 반드시 수반되는 것중의 하나가 "지역
이기주의"이다.

이는 지자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곤혹스런 문제들은 되도록
다른 지자체에 맡겨서 자신들의 책임과 재정적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수 있다.

지자체들간의 갈등으로 식수의 질이 떨어지거나 쓰레기가 길거리에
몇주째 적체되는 등 지역이기주의가 우리 주변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20세기를 맞는 지방
자치제의 발전여부에 많은 영향을 미칠수 있는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자체들 간에는 협력과 경쟁이 상존 하는데 지자체들의 자율권이
높아질수록 경쟁을 많이 하게 된다.

지방자치제의 역사가 깊은 미국의 경우를 보면 지자체들간의 경쟁이
적극적 형태와 소극적 형태로 나눠진다.

적극적 경쟁은 지자체들이 정책활동도 많이 하고 지출도 많이 해서 다른
지자체들을 능가하리고 할때 일어난다.

이러한 경쟁을 신규사업체 유지를 위한 지역 경재개발정책 서로 더 많는
세금을 차지하려고 하는 조세정책 그리고 상급정부로부터 더 많은 보조를
받기 위한 보조금정책 등에서 두드러진다.

소극적 경쟁은 지자체들이 정책활동도 적게 하고 지출도 적게 해서 다른
지자체들보다 덜 활발 하려고 할때 일어난다.

이러한 경쟁은 쓰레기 매립지를 다은 지역에 위치시키려고 하는 쓰레기
매립시 밀어내기 정책등에서 볼수 있다.

좋게 보면 애향심 나쁘게 보면 지역 이기주의가 이러한 경쟁을 유발한다고
볼수 있다.

적극적 경쟁의 예를 들어 보자.

캘리포니아(Califomia)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San Franeisco)시는 땅이
좁아서 공항을 주변에 있는 샌마레오 카운티(San Mateo County)에 세웠다.

따라서 연료가 비행기에 주유될 때마다 샌마테오 카운티가 비행기
회사들로부터 연간 약 백삼십만불에 이르는 판매세를 징수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샌마레오 카운티에 속해 있는 남샌프란시스코
(South San Frarxtsco)시가 이 판매 세를 자기가 징수하겠다는 청원을
주정부의 세금조정위원회에 냈다.

그 이유는 비행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셰브론(Chcvron)회사의 저장탱크가
자기 시안에 있으므로 연료의 판매가 자기시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청원을 맡은 세금조정위원회는 조사 끝에 실제계약서류가 사인되는
샌프란시스코 중심 가에 있는 셰브론회사의 본부에서 판매가 이뤄진다고
결론 짓고 따라고 판매세가 샌프란시스코 시에세 가야한다고 결정했다.

샌마레어 칸운티는 판매가 공항에서 이뤄진다고 계속 주장하면서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두 지자체가 서로 싸우다가 프로이스
(prize)를 제삼자에게 놓쳐버린 과잉경쟁 케이스이다.

소극적 경쟁의 예도 들어보자.

뉴욕(New York)주의 위스트 체스터 카운티(West Chester County)는
1980년대 중반부터 거처가 없는 사람들을 뉴욕 시를 비롯한 주변의
지자체들에 있는 모텔이나 호텔에 보내서 수용하면서 그들의 체재비를
부담해 왔다.

80년대 말에는 약 5천명의 거처없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중 약10%인
5백명정도가 타 지역에 보내졌다.

처음에는 이를 항의하던 뉴욕시도 90년대 들어서는 거처가 없는 사람들을
모아서 다른지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에 시직영 쉘터를 설치해서
천명정도를 이송시킨뒤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조용한 시골지역에 온 많은 수의 무거처자들이 거리에 나가 술을
마시거나 부녀자들 희롱하거나 또는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경찰에
잡혀서 구치소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이로인해 구치소운영비용이 늘어나자 오렌지 카운티가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뉴욕에서 온 무거처자들 때문에 지난 오년간 구치소 운영비가 약50%
증가했다며 이를 뉴욕시가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자체들간의 경쟁은 개별 지자체들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도시권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것이 많다.

그러면 이러한 경쟁을 완화시킬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것들이 있는가?

첫째는 지자체들이 자발적인 협정을 맺어 서로 경쟁을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둘째는 당사자와 이권이 개입될 소지가 없는 대학교수 연구원 상급정부
임원등 제삼자를 포함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 대처해 가는 방법이다.

셋째는 분쟁에서의 수혜자가 피해자를 재정적으로 보장하는 레비뉴
셰어링(Revenue Sharing)방법인데 이는 하류에 위치한 시가 수질보존을
위해 상류에 위치한 시에게 개발금지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처럼
수혜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경우에 적용될수 있는 방안이다.

넷째는 규모가 적은 독립시를 카운티나 또는 광역시에 형식적으로
종속시켜 서로 의존관계를 형성하게 하는것이다.

다섯째는 지자체의 상급정부가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 당사자간의
협상을 돕고 해결되지 않을경우 강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이다.

여섯째는 대도시권에 있는 모든 지자체들을 포함시켜 광역시를 만드는것
등이다.

미국의 경우는 주 정부산하의 지방정부위원회)나 특정분야의 조정위원회가
나서서 사실관계를 조사한뒤 중재에 나서는것이 대부분이다.

이경우 사실규명과 중재를 목표로 하기때문에 강제권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나중에 법정으로 분쟁이 비화될 경우 그들의 사실조사 결과와 의견을
법관들이 대체로 존중한다는것을 지자체들이 알기때문에 그들의 역할에
상당한 무게가 실린다.

국내의 지자체들간의 경쟁도 앞으로 법정이 그 주무대가 되리라는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법정투쟁이 막대한 시간과 인력 그리고 예산이 소모되는점을
감안하면 두돌을 맞는 한국의 지자체들도 분쟁조정위원회등을 설치해서
앞으로 있을 과도한 경쟁을 완화시킬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것이 시급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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