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정부발표는 한편으로 어쩔수 없겠다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화가 치미는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돈만 내고 연금은 타보지도 못하는게 아니냐는 불안이
많았던 점에 비춰보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행된지 10년도 안돼 대폭 손질을 해야만 하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가입자들의 부담을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방식으로 고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든다.

국민복지의 핵심제도인 국민연금이 너무 허술하게 도입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이제도의 개편이유로 내세운 인구구조의 급속한 노령화는 물론
경제성장률의 둔화나 가입대상의 확대불가피 등은 정책설계 당시부터 충분히
예견할수 있었고 마땅히 대비했어야 옳았다.

정부가 먼 장래까지를 감안한 완벽한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우선 국민에
대한 선심성에서 치밀한 검토조차 없이 낮은 보험료, 높은 급여를 책정한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보험료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운 선진국들의 보험료수준은
오늘날 갑자기 그렇게 높아진 것도 아닐진대 왜 처음부터 참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 내년부터 도시지역 자영업자까지 가입대상을 늘리기로 한것도 발표부터
해놓고 뒷수습에 나서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감이 없지 않다.

이번 개편작업도 보다 철저한 분석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가입자부담만
늘어나고 몇년 안가 또다시 손질해야할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기본이 되는 보험료는 얼마나 올려야 적정한지, 급여개시연령을
늦춘다면 몇년을 늦추어야 하고, 그것도 일시에 실시할 것인지 단계적으로
할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사실 국민연금 뿐아니라 공무원 교원 군인 등 여타 연금들도 모두가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미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군인연금 뿐아니라 현재 흑자상태를 보이고
있는 공무원연금도 멀지않아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는 차제에 국민연금을 비롯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에 대해 보다 정밀한 타당성분석과 개선책을 찾아보는 것도 유익
하다고 생각한다.

근본대책은 못된다 하더라도 적립된 기금의 운용수익을 더 높일수는 없는지,
관리비용에서 낭비요인은 없는지, 보험료의 과소징수나 누락의 여지는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국민연금의 경우만 해도 기금운용이 수익성이 낮은 공공부문에 편중돼
상대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제도개선기획단을
발족시켜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국민이 납득할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선진국들이 경험한 복지국가병을 유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