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를 둘러싼 대농그룹과 외국인 세력간의 지분경쟁은 구증권거래법
아래서 일어난 최대의 경영권분쟁사건이었다.

한화종합금융 경영권분쟁을 2대주주의 반란이라고 본다면 미도파분쟁은
외부세력에 의한 첫 경영권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공격을 받은 대농그룹은 과연 외부세력의 실상을 모르고 있었을까.

신동방을 중심으로한 공격진은 처음부터 미도파를 인수할 마음을 갖고
있었을까.

이상렬 대농그룹부회장은 지난 2일 증권담당기자들을 만나 지난 6개월여
동안의 숨막히는 방어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용학 명예회장의 사위인 그는 신동방의 신명수 회장, 동방페레그린증권의
폴 휘비 상임고문과 지난 12월과 1월 두번 만났으나 인수합병을 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 안심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외국인의 미도파주식매집을 단순투자목적으로 보았으며 많은
지분을 처분하기 힘들어지자 M&A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도파에 대한 외국인 주식매집소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돌았다.

대응에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는가.

"지난해 9월이후 종합기획실로부터 주식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보고를
들었으나 개인적으로 접촉해본 결과 단순투자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신동방그룹의 신명수회장을 만나서 주식을 왜 사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신회장이 "동방페레그린증권에서 미도파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어서
단순투자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은 절대
아니라고해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대농그룹은 결국 전경련의 도움으로 경영권을 방어했다.

한화종금은 사모전환사채를 전격 발행했으나 대농은 사모전환사채도
발행하지 못했다.

방어에 문제가 있지 않았는가.

"사모전환사채를 즉각 발행하지 못한 것 역시 상대방이 인수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모전환사채에 대해 논쟁이 있을 때 신회장의 주선으로 폴 휘비를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폴 휘비는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한번도 표시한 적이 없다"면서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면 주가가 떨어진다며 발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명예회장께서도 사모전환사채 발행에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성원건설지분을 어떻게 인수했는가.

"성원건설이 과연 미도파를 인수할 지에 대해 전 대한종금 임원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인수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팔라고 제의해서 당시 시장가격보다 3천원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이다.

아마도 성원건설은 현대 삼성 LG그룹이 미도파 사모전환사채를 인수한데
충격을 받아 입장을 바꾼 것 같다.

당시 대한종금에는 신동방측사람이 거의 상주하다시피했다"

-페레그린측과는 원만하게 합의가 됐는가.

"전경련에서 공격적 인수합병에 공동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힌 다음날 홍콩
페레그린의 필립 토즈 회장이 박회장을 찾아와 "동방페레그린의 행동에 적극
제동을 걸지 못한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분야에서 지원할 사항이 있으면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신동방은 최근 주식을 대부분 내다 판 것으로 알고 있다.

신동방 사람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기로 했으나 최근 신동방측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전달을 받았다.

분쟁은 모두 끝난 것이다"

-대농이 지난해 무려 3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농의 적자는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것이었다.

일부에서 외국인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고의로 대규모 적자를 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

이번 대농의 적자는 첨단염색기술을 도입한후 이에따른 재고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해 일어난 것이다"

< 박주병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