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평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감소 물가불안 생산위축 등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감량경영도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부진이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비용구조에서 반도체이외의 유망한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개발하지 못했던
것이 경제부진의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개척하여 경제체질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정부규제 완화로 기업활동을 북돋워야
할 것이다.

정부주도형 시스템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한 일본의 경우 90년대들어
이동통신분야의 규제를 완화해 막대한 신규시장을 창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규제완화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으나 실효성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규제완화와 시장창조 성과를 각 부처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면서 실질적인 규제완화를 촉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시장창조의 기초가 정부 기업 학계 등의 기술혁신 노력에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기술혁신을 가능케하는 "지식집약화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식집약화시스템이란 기초연구, 응용연구, 시장 니즈파악.평가.전망기능
등이 단절없는 일체적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초연구는 대학이나 국책연구소가, 응용연구나 시장조사는 기업조직이
담당하면서 서로간에 정보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우리정부는 관.민협조형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는 국가적인 기술집약화의 한 방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되어있기 때문에 우리 기술을
목표로한 이러한 기술개발 방식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술개발목표가 높아지고 선진국과의 기술개발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정부가 선험적으로 기술개발방향을 설정하는 것 자체의 효과
및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종래의 관주도형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주도.현장주도형 기술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기반도 강화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및 정부.연구기관들의 기초연구와 기업의 응용연구
사이의 교류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학.재 연구부문간의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교류가
일상적으로 활발해져야 한다.

또한 독자적인 노하우나 인간의 감성 등 형식화시키기 어려운 지식자산에
관해서도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노하우는 인터넷 등 정보네트워크로 유통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간 대 인간의 접촉을 위해 정.학.재간의 상호 파견을 통한 인재
교류도 중요하다.

즉 정보시스템이나 인재교류라는 방법을 통해 관.학.재간의 자연스러운
정보교류와 분업이 이루어지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차원에서는 현장근로자들이 일상업무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집약하는 한편 경영 고위층의 비전을 기초로 한 비약형 신지식
창조메커니즘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기술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이와같이 시장지향형으로 개편된 국가전체 차원의 지식집약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은 끊임없는 혁신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대비하면서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집중투자를 실시하는 한편 글로벌한 시각에서 제품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다음 세계시장으로 나갔던 종래방식으로는
"대경쟁시대"의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기술 및 제품개발을 통해 신시장을
창조해야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개발된 첨단기술을 잘 활용하는 일이다.

첨단기술 자체 시장은 한정된 규모에 불과한 경우가 많지만 이를 활용하여
재래형 산업에 적용한다면 막대한 규모의 신규시장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와 함께 관.학.재간의 협력에 의한 지식집약화 기반을 기초로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는 것은 최근 우려되고 있는 산업 공동화를 막는데도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여 이를 해외각지로
순차적으로 이전해 나간다면 국내산업의 활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화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시장창조를 이룰 수 있는 과학기술입국으로의 도약이야말로
대경쟁시대에 우리가 지향하여야 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