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플랜트 철탑생산부 안장수씨(40)는 세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회사에서 유능한 기술자로 인정받는 그이지만 퇴근 후엔 동네 폐지를
모으는 청소부로 변신한다.

세번째 얼굴은 가난한 고학생과 어린 정신지체아들을 돌보는 천사의 그것
이다.

안씨가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폐지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외국에서 폐지를 들여오는데 한해 2백억원이 든다는 뉴스를 보고난 다음
부터다.

길에는 폐지가 널려 있는데 해외에서 수입한다는 게 안타까워서 폐지수집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의 출퇴근용 자전거엔 신문이며 박스가 항상 실려 있었다.

길을 오가면서 폐지란 폐지는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들었다.

퇴근후에는 자신이 사는 19층 아파트에서 나온 폐지를 깨끗이 쓸어 모은다.

이렇게 해서 그가 한달에 모으는 폐지는 3t이나 된다.

그러나 이것을 값으로 치면 얼마 안된다.

1kg에 15원씩 쳐서 한달에 4만5천원정도를 받는다.

그러나 안씨는 이 돈을 누구보다도 귀하게 사용했다.

폐지수입을 통해 번 돈으로 경주의 한 고학생을 도와왔다.

친구에게서 생활이 어려운 고학생 얘기를 듣고 "밥이나 굶지 않게 하자"는
생각에 돈을 부쳐주기 시작했다.

올초 그 학생이 졸업한 뒤에는 울산 정신지체아들의 집인 "애리원"에 한달
에 두번씩 간식거리를 마련해 찾아가고 있다.

"남에게 베풀면 내가 넉넉해 지는게 살아가는 이치"라고 생각하는 안씨에겐
한달에 두번 간식거리를 사들고 정신지체아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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