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교환을 통해, 즉 장사를 해서 경제 기회를 넓히는게 시장원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시장원리를 따르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고, 정부가 억지를 부리면 부작용을
낳고 가계와 기업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경제원칙과 시장원리로 볼때 돈을 안풀고 금리를 낮출 재간이 없다.

한국은행과 재경원이 통화를 거머쥐고 있으니 은행에는 돈이 없고 금리는
높아간다.

이에 따라 일을 안하고 돈놀이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기업의 금융부담이
높아져 국가 경쟁력은 점점 떨어진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우리나라 기업의 금융비용부담 결정요인
분석"에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금융비용부담이 일본 대만등 경쟁국들 기업에
비해 3배이상 높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태가 지난 20년간 지속돼 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금융정책당국의 "총수요관리 통화수입조절 정책"은 한번도 포기된
적이 없다.

높은 금리수준은 경쟁력 없는 은행을 앉아서 장사하게 만들고 사채업자들을
번성하게하며 나아가 건전한 근로윤리를 파괴하고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킨다.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것은 직접금융 시장인 증시가 제대로 발달
되어 있지 않고 기업투자가 세계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융비용 부담률이 높은 이유를 첫째 은행이 비효율적이어
차입금리가 높고, 둘째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 이자부담이 크며, 셋째
정부가 경기조절을 못해 기업매출이 둔화된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은 문제의
근본을 회피하는 중앙은행 특유의 논리다.

한국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이 높은 이유는 한국은행이 돈줄을 죄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버린 낡은 "총수요관리 통화정책"을 한국은행이
고집하고 재경원이 "이자율중심 개방경제 통화정책협조"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당국 관료들이 행사하는 권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명령과 통제에 기초한 "금융억압정책"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의
지속적인 포기권고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이유는 관료들이 끈질긴
언론도비와 국회교섭 때문이다.

이제는 돈줄을 죄는데서 관료가 힘을 쓰는 금융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은 열악한 금융서비스를 인내해야 하고 기업은 경쟁국보다 3배가 넘는
금융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 국제경쟁을 해야하는 지난 30년간의 고질병을
고쳐야 한다.

관료와 금융당국의 억지논리에 더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첫째 국내외 가격차가 심한 상품과 용역시장의 개방폭을 확대하여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확대로 물가안정의 기틀을 마련 해야 한다.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폐쇄경제의 논리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도록 경쟁촉진으로 비용파괴 가격파고를 확산하여 개방경제의 득을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해야 한다.

둘째 국내외 금리차를 겨냥한 투기성자금이 아시아 성장경제권을 지향한
투자기금으로 전환되도록 금융개방과 동시에 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해야
한다.

셋째 금리 환율 물가의 가격기능이 시장상태에 관한 정보를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가격에 대한
직접규제를 없애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