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이다시피 시민 20여명씩의 목숨을 앗은 텔아비브에서의 폭탄테러연발은
이스라엘이 테러 본거지에 군사공격을 선언하는가 하면, 미국의 긴급 안보
회의가 대책을 숙의하는 등,어렵사리 틀을 잡아가던 중동 평화의 정착기운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역전하고 있다.

4일의 참사는 하루전 폭발사건에 이스라엘 정부가 테러 집단에 전면전을
선포하자 하루만에 자행된 보복이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이로 해서 평화추구 입장이 약화될수 밖에 없는 페레스로 하여금 강경자세
전환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향후 화평을 향한 예정일정 추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협상을 반대하던 이스라엘 야당은 하마스 연속 테러의 배후로
시리아와 이란을 지적하고 나서 팔레스타인 문제해결에 종국적으로는 최종
당사자여야 할 이들 나라와의 관계개선 여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한마디로 최근 팔레스타인 사태전개의 양 주류는 자치단계를 거치는 점진
노선과 무력에 호소하는 완전독립 노선이다.

지난 1월 자치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에 불참하며 회교원리주의 독립
무력쟁취를 갈망하는 하마스 군사파는 페레스와 아라파트를 동시에 궁지로
몰아가기 위한 자살폭탄 테러자행에 일관했다.

이렇게 볼 때 이스라엘을 필두로 미국등 여러 평화추구 당사국들의 대응은
일정한 한계에서 자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하마스가 펴놓은 덫에 걸리지 않는 냉정 유지이다.

그 함정은 자극하는대로 흥분, 이성을 잃음으로써 결국 과격 대응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니라 애써 쌓아 올린 평화로의 제 단계를 스스로 무너뜨려
전쟁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며, 바로 하마스 일당이 노리는 목표다.

페레스 총리가 전임자의 유혈 희생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예정된 평화이행
과정을 착실히 이행해 오고 있음은 이스라엘을 위해서뿐 아니라 평화애호인
들의 칭송거리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근일 연속된 무고한 시민의 희생, 정적이나 반평화 국수 세력들의
결렬 반발은 그에 대한 새로운 시험이다.

이는 수감동료 석방요구 등 요구의 수용과 타협이냐, 군사행동을 통한
본격응징이냐의 기로를 뜻한다.

아직 유동적이지만 지금으론 강경대응, 즉 하마스의 의도 적중이 예상된다.

멀리서 참견할 일은 못되나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극단론자 존립의 허용
조건 배제이다.

벌써 냉전종식후 5년이 흐르는 사이 도처에서 비록 규모는 작으나 잔혹성을
극한 인종적 종교적 갈등이 그치지 않아 왔다.

팔레스타인을 포함, 구유고 아프리카 북아일랜드 등지에서 괄목할 평화
진전이 있음은 다행이다.

그러나 발생-격화-진정-재발등 갈등진행의 과정을 규찰할 때 어디서나 암적
요소는 원리주의건 이단이건 똑 같이 극단론자, 극렬분자라는 사실이다.

이 세계화 시대에 하마스파와 같은 잔인을 극한,시대착오적 발상과 만행은
지구적인 규탄을 받아야 평화가 가까이 온다.

나라 안팎으로 그렇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