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징한 계절-

가을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새삼 느낀다.

누군가 가을은 침잠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누구에게나 긴 여름동안의 게으름을 털어내고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게
하는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가을과 동의어(?)이기도 한 10월은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문화는 인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향상시키는 일이 문명이고 문화일 것이며
삶의 질을 말하는데는 경제발전 못지 않게 문화적 수준이 그 잣대가 될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요즈음 문화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남용, 오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극단적인 예로 퇴폐문화, 향락문화라는 말까지 예사롭게 쓰여지고 있음을
본다.

경제성장과 문화발전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를 생각케 되는 요즈음 새태
이기도 하다.

한국동란 무렵 우리의 1인당 소득이 60여달러였던 것이 올해 1만달러를
넘어서게 되었다고해서 우리의 문화수준도 그렇게 높아진 것일까.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걱정이 요즈음 매스컴의 사회면을 대하면서
자주 갖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자국의 문화를 파는 것이며 세계시장
에서 팔리는 물건을 상품속에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담은 것이어야 한다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잘못 전해져온 외래문화의 범람속에서 우리의 전통가치와 우리의 정서를
지키는 일은 물론 우리 문화가 보편성과 세계성을 갖도록 가꾸어 가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발전이 되고 나서 문화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문화수준이 없이는 더이상의 경제발전고 수출경쟁력도 갖기 힘들게 된 것이
현실임을 문화의 달을 맞아 모두가 생각해볼 일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