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경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미국의 일류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처음으로 일본경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체계적연구를 시작한 것은
70년대 초의 일이다.

그 결과는 "아시아의 거인 일본경제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하였던가"
라는 책으로 1966년 발표되었다.

결론은 일본은 건전한 가치관과 제도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고도성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전망은 그대로 들어 맞았다.

일본은 세계최대의 채권국으로 계속 성장하였고 반대로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던 미국은 세계최대의 무역적자국이 되었다.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자 지금은 일본경제에 깊은 관심이 없는 미국학자는
오히려 일류학자가 아니라고 할 정도이다.

얼마전 하버드대 조르겐슨교수에게 미.일경쟁력의 차이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디로 보나 일본이 미국에 크게 뒤떨어진다고 하였다.

이말을 듣고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즈라 보겔 하버드교수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그는 사회전체로 보면 이혼과 가정파괴및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이야
말로 국가경쟁력에 있어서 일본에 크게 뒤떨어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MIT대학의 노벨경제학상 수장장인 로버트 솔로우교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 보았더니 그의 대답은 양국의 현재 서로 비슷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말이 옳은가.

이런문제를 토론하기 위하여 하버드대학에서는 얼마전 미.일비교프로그램
이란 것을 만들어 매주 기계의 권위자를 초청하여 양국의 비교를 위한 발표
와 토론을 계속해 오고 있다.

다양한 전공분야에 걸쳐 많은 저명한 전문가들이 초청되어 오기때문에
필자가 매번 참석할때마다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미.일경쟁의 성격을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일본기업인과 미국기업인이 같이 숲속을 거닐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잡혀먹힐 상황이 되었다.

겁에 질린 미국인이 먼저 일본인에게 당신 저 호랑이보다 빨리 뒬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일본인은 차분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첫째 저 호랑이 보다 더 빨리 뛸수가 없다. 둘째 또한 더 빨리 뛸
필요도 없다. 나는 당신보다 조금만 더 빨리 뛰면 된다"

사실 일본보다 빨리 뛰지 못하는 미국은 커다란 쌍둥이 적자(무역적자및
재정적자)라는 호랑이에 잡아 먹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예에서 얻을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미국은 항상 일본보다 먼저 문제해결을 위해 나선다는 것이다.

둘째 어떻게 하면 호랑이보다 빨리 뛰는가 등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즉 어떻게 하면 세상에 없던 레이저 반도체, 달에 사람을 보내는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항상 경쟁차원에서 문제를 본다는 것이다.

즉 어떻게 하면 미국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할수 있는가 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일의 경제전쟁도 바로 이런 차원에서 살펴볼수 있다.

즉 미국이 세상에 없던 대형 컴퓨터를 만들어 놓으면 일본은 이를 백방
으로 연구한후 소형화하여 미제보다 조금 좋게 만들어 미국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타격을 주며 떼돈을 번다.

그리고 미국도 컴퓨터를 일본처럼 소형화하여 일본과 경쟁할 단계가 되면
일본은 이를 더 소형화해 미국기업에 앞선다.

말하자면 일본이 데스크 톱 컴퓨터를 만들면 미국도 이를 만들어 일본과
경쟁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이를 더 소형화하여 랩 톱 컴퓨터를 만든다.

미국이 다시 이를 만들면 일본은 이를 더 소형화하여 노트북 컴퓨터로
만들어 미국시장을 휩쓴다.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드는 기술을 프로덕트 테크놀로지, 즉 신제품기술
이라고 하고 만들어 놓은 제품을 더 성능이 좋게 개선하는 기술을
프로세스 테크놀로지, 즉 공정기술이라고 한다.

미국이 주로 신제품기술로 경쟁을 한다면 일본은 공정기술로 경쟁을 한다.

한국도 지금까지는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적 경쟁을 해왔다.

세계에서는 아직 어느나라도 신제품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을 당하지 못한다.

그런데 MIT대 레스터 서로교수에 따르면 앞으로 신제품은 개발되자마자
공공재와 마찬가지가 되므로 한국같은 나라는 신제품기술이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공정기술로도 상당정도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수 있으므로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