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럭키금성그룹의 연초 사장단회의는 예년과 달리 그룹매출목표를
집계하지 않았다. 12일 삼성그룹의 사장단회의도 마찬가지였다.

8일 있었던 현대그룹의 경영전략세미나에서는 올해 그룹매출목표를 56조원
으로 설정하기는 했으나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발표하지는 않았다.

대기업그룹의 올연초 사장단회의는 숫자위주의 보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국내외 경제동향및 기술 품질 국제화등 경영환경에 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무의미한 양적성장을 지양,질적으로 성장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재계에
확산되고 있다. "질경영"이라는 용어가 재계의 변신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현대그룹 정세영회장은 경영전략세미나에서 품질과 기술개발을 통한 질적
성장추구를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과감한 의식개혁을 촉구했다. 특히 비대
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을 개선키위해 인사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하의상달의 체계를 정착시켜 그룹의 분위기를 쇄신하자고 강조
했다. 올해를 "질적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경영방침의 하나를 "질위주의 경영실천"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품질과 서비스수준의 획기적인 개선과 인사.교육제도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유망사업의 자원집중 및 사업구조조정과 국제화
전략의 체계적인 전개에 경영력을 집중키로 했다. 또 임직원의 "삶의질"에
연결된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을 위한 국민의식고취에도 적극 나서키로 했다.

럭키금성그룹 구자경 회장도 사장단회의에서 "세계 초우량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사업의 추진속도를 가속화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성장의 핵심은 "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각그룹들이 연초부터 질위주의 경영을 부르짖고 있는 것은 이익을
많이 내고 외형이 커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적절히 성장하면서 기술
개발,상품의 질,서비스의 질적향상을 통해 고객과 거래선에게 인정받는
회사가 돼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은 이번 사장단회의에서 "질경영은 1~2년의 충격적
시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며 "개인에 따라
충격의 차이가 있겠지만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세계의 조류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라인스톱제의 도입과 함께 시작된 삼성의 질경영은 아직 결실의
단계는 아니지만 재계에 경영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그룹은 제일제당등 14개 계열사 정리를 비롯 조기출퇴근제 시행,
21세기 최고경영자과정 신설,질중심의 임직원 업적평가 시스템도입등을
잇따라 도입했다. 특히 임직원의 업적 평가 항목에서 매출.이익등 양적
요소를 제외하고 품질 연구개발 전산화등 질적항목만을 대상으로 평가
하는등 평가제도를 개선했다.

매출과 이익은 총량적인 개념이 아니라 g당 야드당 평방인치당의 개념으로
평가하며 신제품의 매출비중,고부가가치제품의 매출비중등을 따지기로해
살아있는 회사경영을 꾀하도록 했다. 삼성의 질경영은 단지 품질및 서비스
의 질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인재의 질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조기출퇴근제의 도입을 통해 임직원들이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도 질경영이 출발점이다.

조직의 재구성,인사제도의 개편등도 맥을 같이한다. 삼성외에도 현대가
"마지막 1%의 정성"을 부르짓고 있는 것을 비롯,럭키금성그룹이 "고객가치
창조"를,대우그룹이 "세계경영"을,선경그룹이 "글로벌리제이션"을 각각
그룹의 경영혁신모토로 잡고 있는 것도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생존전략이다.

질적인 성장으로의 변신 없이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담겨있다.

올해 재계가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재계공동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도 각그룹의 질적성장의 노력을 대변하고 있다.

각그룹의 "인사태풍",연봉제등 능력급제의 도입,현장중시 경영체제의 확산
등도 질위주 경영의 시발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