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먹거리는 물가를 잡는 것이 올해 우리경제의 최대과제다. 93년의 5.8%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억제목표 4.9%를 크게 벗어났다. 그러나 이 정도의
물가상승에 머물렀던 것은 정부가 물가안정에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제품
가격과 개인서비스요금인상을 1년간 자제해 줄것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인상요인이 있는데도 인상을 미루면 그 결과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거나 일정기간후 대폭 인상으로 나타난다. 올해 물가를 걱정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인가를 예상하는것 자체
는 물가오름세 심리에 영향을 줄수 있어 삼갈 일이지만 올 물가는 분명
심상치 않은 조짐을 연초부터 보이고 있다.

철도 지하철 버스 택시등 대중교통요금의 인상스케줄이 잡혀 있고 전기
수도 도시가스 우편 학교등록금이 오르게 돼있다. 올들어 이미 담배값을
비롯 석유류 승용차가격은 올랐다. 대중음식 이미용 목욕 숙박료등 개인
서비스요금이 올랐거나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물가동향은 임금협상등 노사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할 절박한 시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4일 경제기획원은 물가안정대책을 긴급발표했다. 개인서비스요금을 협회
조합등을 중심으로 담합해 인상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철저히 단속하고
수급상 긴급수입해야할 필요가 있는 품목은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바로 수입
할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뛰는 물가를 공정거래법으로 다스린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없고
긴급수입제도 역시 물가억제에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것인지 두고 볼 일
이다. 그러나 정부가 물가를 다스릴수 있는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물가
안정대책으로 내놓을수 있는게 그런 내용밖에 없다는 데에서도 분명히
나타나 있다.

이미 정재석 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우리경제의 가격구조
가 크게 왜곡돼 있기 때문에 공공요금을 비롯한 가격을 시장기능에
맡기겠다고 밝힌바 있다. 인상요인이 누적돼 있는데도 억제를 통해 물가를
잡으려는 것은 가격구조의 왜곡과 상품및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할 뿐이다. 따라서 물가정책당국의 기본시각은 옳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할게 있다. 그것은 가격인상요인을 원가절감 기술
개발 생산성향상등을 통해 흡수하려는 노력을 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한
노력에는 고통이 따른다. 더욱이 공기업의 경우에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일
유인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상요인을 떠안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너도
나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는 대열에 끼어든다. 개방화 국제화를 외치면서
과거처럼 정부가 가격규제의 고삐를 당길수도 또 그럴 수단도 거의 없다.

물가는 모든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다. 따라서 통화문제
를 비롯한 금융정책, 특소세조정을 포함한 재정정책, 공기업의 경영합리화
와 민영화추진, 정부규제완화등 모든 정책을 물가잡는데로 묶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뛰는 물가를 뒤쫓는 정책으로는 물가전쟁에
이길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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