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아이크)이 미소간의 핵시설 상호감시문제로
한때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누리고
있던 장군출신인 아이크가 다름아닌 "무기사찰"문제로 모처럼의 높은
인기를 허공에 날려버렸으니 아이러니일수밖에 없다.

아이크는 미.소.영.불의 4국 정상회담(1955년)에서 "미소 양국은
상대국의 모든 군사시설에 대한 공중사찰을 허용토록하자"고 전격 제의
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만 양국 사이의 신뢰가 구축되고 세계평화가 유지
될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이 제의는 관련국가들 사이의 실무자급 예비절충이나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치지도 않은채 불쑥 튀어나온 일종의 "즉석제의"였다. 소련측
대표인 불가닌총리는 놀란 표정으로 할말을 잃고있었다. 소련측은 "좀더
생각해보자"는 선에서 얼버무렸지만 미국안에서 호된 비판이 제기되었다.

"실현가능성조차 없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사전여과작업도 없이 제의한"
대통령의 경솔을 꾸짖었다(뉴욕타임스). 많은 군사평론가들도 "세계의
모든 무기고를 파괴하고 군사기지를 해체하자"는 소련식 선전술과
다를바 없는 허구에 불과하다고도 비판했다. 특히 공중사찰의 가능성
문제가 아이크의 인기를 끌어내린 주범노릇을 했다. 미국의 군사시설은
노출될대로 노출되어있는데 지하에 숨겨놓은 소련의 핵시설을 공중사찰로
어떻게 찾아낼수 있느냐는게 아이크비판의 골격이었다.

상을 찾아 허우적거리는 것으로 여겨졌던 "공중사찰"이 지금의 국제사회
에서는 대단한 위력을 감당하고 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정밀사진만으로
도 지상의 자동차 번호판과 탑승한 사람이 완전히 식별된다니 놀라운 일
이다. 아이크시대에는 상상도 할수없던 인공위성에 의해 추적된 북한의
핵시설물들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대접"을 받고있다 북한의
핵시설물(7개소) 전면사찰을 위한 미.북한회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북측은 핵카드를 최대로 활용,냉전체제가 깨어진 뒤에 겪은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제적인 실리도
미국측에 요구해온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만능선수격인 조커카드도 제때에 써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자들이 깨닫기 바랄뿐이다. 이 좁은 한반도에서 핵은 영원히 축출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