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삼성그룹인사의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관리"출신의 퇴조와
"기술"출신의 부상을 손꼽을수 있다. 대표이사 부사장,대표이사전무를
포함한 대표이사승진 12명 가운데 7명이 공대출신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3명은 모두 법.상대를 나왔지만 대표이사부사장에 오른
6명중 유현식제일모직대표(서울대화공) 이윤우삼성전자대표(서울대전자)
이형도삼성전기대표(서울대화공) 김무삼성중공업대표(해양대기관)등 4명이
이공계대학을 나왔다. 대표이사전무로 승진한 서동균삼성BP화학대표(서울대
기계) 김익명 삼성코닝대표(한양대기계) 허태학중앙개발대표(경상대농학)등
3명은 모두 이공계출신이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6명중에는 삼성전자의 손욱부사장(서울대기계)
엔지니어링 김진준부사장(서울대화공) 생명 임동일부사장(서울대토목)등
3명이, 전무로 승진한 24명가운데 전자 이종률전무등 13명이 이공계출신
이다. 상무승진 42명 이사승진 64명 대우이사승진 1백29명중에서도 이공계
대학을 나와 기술 생산분야에 근무한 사람이 60%이상이다. 상경계출신을
우대하던 과거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상담역 고문 자문역으로 발령받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임원들중에는
상경계대학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4명중 강경수전삼성화재대표(서울대상학) 채오병전제일모직대표(서울대경제)
편송언전중앙개발대표(고려대경제)등 3명이 상경계출신으로 "관리"의 대표
주자들 이었다.

자문역으로 퇴진한 27명가운데 전무 상무급만보면 11명중 8명이
상경계출신이다. 석유화학의 L전무와 전관의 Y전무,화재의 L전무가
서울대제학과를 나왔고 중공업 L전무는 부산대경제학과,시계 Y전무가
성균관대법학과,전자 S상무가 성균관대경제학과,전기 P상무가
동국대경제학과,물산 L상무가 연세대경영학과를 나온 "관리통"들이다.
퇴진한 전무급이상 임원가운데 서울대상대출신이 5명이나 되는 점도
두드러진다.

관리출신들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있다. 각 계열사의
관리책임자들이 대거 최고경영자(CEO)교육에 들어가 보직을 잃은 상태다.
전자의 송용노전무,물산 이중구부사장,생명 이택화전무,전기 김시균전무,
종합화학 주국성상무,항공 안복현전무,증권 홍성일상무,제일모직 지창렬
전무,엔지니어링 채상돈이사등이 CEO교육에 들어간 관리본부장들이다.

이와함께 전자 물산 생명등 주요계열사의 홍보담당임원들도 CEO교육에
입소,보직이 해제됐다. "기업안보차원의 전략홍보"개념을 새롭게
도입하고있는 삼성그룹이 기존 홍보책임자들을 물갈이하려는 뜻으로
비춰진다.

이같은 관리출신들의 배제는 이건희회장이 강조하는 "질위주의 신경영"을
위한 인사개혁의 핵심이다. 이회장은 올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등을
돌아가며 잇따라 가진 해외임원회의에서 관리가 삼성을 망친다"고 여러차례
강조,관리부문 임원들에 대한 대규모 정리를 예고했었다.

지난 10월 비서실을 대폭 개편하면서 그룹의 대표적인 "관리통"이었던
이수빈실장을 증권으로 내려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각계열사들은
이달들어 관리부문축소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전무급이
맡아온 관리본부장자리를 없애버렸다. 이에따라 관리본부장들이 CEO교육에
들어가거나 신설된 사장보좌역으로 임명돼 현업에서 빠졌다.

삼성은 그동안 관리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각 사업부위에 "군림"하는
폐단이 있고 그러한 문제점이 이회장주도의 "개혁"작업에 걸림돌이
되고있음에 따라 이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업부의 상급조직으로 "관리"하는 권한을 뺏고 각 사업부의 하위조직으로
"지원"하는 기능에 주력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관리"의 시대가 완전히 가고있음을
의미한다. "관리의 삼성"으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 적응해 나갈수
없다는 자기진단에 따른 것이라고 삼성측은 밝힌다.

그러나 이같은 관리출신에 대한 대규모정리가 과거 이병철선대회장시절
부터 13년이나 비서실장으로 장기재임하면서 그룹경영및 인사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소병해씨의 라인을 제거하기위한 것이라는 그룹안팎의
시각도 있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