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자동차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부상이었다.

1년전만 해도 경영적자에 허덕이던 미자동차메이커들의 대반격으로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일본의 명성이 퇴색하고 유럽은 완전히 탈진한
한해였다. 미포천지의 말을 빌면 유럽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동안
일본은 시동이 꺼졌고디트로이트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던 한해였다고
할수 있다.

특히 GM,포드,크라이슬러등 빅3(미3대자동차메이커)는 올들어 영업
수지가 10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서는등 일본이나 유럽메이커들
과는 완전히 다른 잔치 분위기였다.

미국의 올해 자동차 생산대수는 승용차 6백만대, 트럭 4백90만대 등
총1천90만대에 달해 지난 88년 이후 5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9백80만대)보다 11.2%가 늘어난 것이다.
미자동차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더라도 미국차의 약진과 일본차의 고전을
뚜렷하게 감지할수 있다. 올 9월말로 끝난 93자동차모델연도중 미자동차
메이커들의 미시장점유율은 73%로 전년보다 1% 포인트 올라간 반면
일본차들의 시장점유율은 1% 포인트 떨어진 23%에 그쳤다. 일본차들의
미시장점유율이 하락한것은 1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미자동차메이커들의 이같은 급속한 회복세는 빅3 경영진들조차도
놀라워 하고 있을 정도다. 존 스미스 GM사장겸 최고경영자(CEO)는
"1년전만 해도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이 이토록 고전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미자동차산업 회복세 역시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자동차산업은 브레이크가 풀린 내리막길
이었다.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할수 있는 GM의 경우 작년 한햇 동안만도
5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스템펠회장이 퇴진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비교적 견실한 경쟁력을 유지해왔던 포드 역시 지난 3년간 누적된
적자가 93억달러에 달했다. 빅3가 재기에 성공한 것은 90년대 들어
추진된 과감한 경영혁신과 감원조치 등 각고의 노력이 올들어 빛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빅3의 화려한 변신은 엔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에서도 그
이유를찾을수 있다. 가파른 엔고 행진은 올들어 미국차의 가격경쟁력을
일본차에 비해 16%나 올려놓았다. 일본차에 비해 열세를 면치못했던
미국차들의 품질이크게 향상된 것도 빅3의 자존심회복에 큰 몫을 했다.

반면 디트로이트의 축제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으로 일본과 유럽
자동차메이커들은 여전히 초상집이다. 특히 일본 자동차시장의 수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 감소한 6백50만대 수준에 그쳐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역시 회복을 장담할수 없는 우울한 상황이다. 엔고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로 수출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일본의 얼굴격인 도요타자동차는 올6월말로 끝난
92회계연도중 전회계연도보다 26% 감소한 1천7백64억엔(16억9천만달러)
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쳐 3년 연속 이익 감소를 보였다. 93회계연도
들어서도수요부진으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대로 갈경우 내년에는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13년만에
다시 세계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재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자동차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지는 내년에 미국의 자동차
샌산대수가 올해보다 4.6% 늘어난 1천1백20만대를 기록하는 반면
일본은 올해의 1천1백10만대에서 1천1백만대수준으로 떨어져 미국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있다.

유럽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조금도 나을게 없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유럽 17개국 자동차시장의
전체 판매대수는 지난해 보다 15%(2백만대) 줄어든 1천3백40만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이커별로 보면 유럽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올해 당초예상보다 훨씬 많은 13억5천만달러(23억
마르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 3대메이커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 푸조 역시 올상반기중 11억2천만
프랑(1억9천7백6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푸조가 적자를 기록한것은
지난 85년이후 처음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
너나 할것 없이 대규모 감원등 과감한 경영혁신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김병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