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쌀시장의 개방조건이 "95년부터 10년간은 국내수요의 1-4%만
부분(최소시장)개방하고 완전개방(관세화)은 2004년 이후로 늦춘다"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같이 쌀시장 개방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외국의 어떤 쌀들이
우리시장에 몰려들어올 것이며 이에 대한 우리농가의 "방어능력"은 얼마나
될지에 모아지고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쌀개방 최종담판에서 10년간의 최소시장개방기간중
첫해인 95년엔 86~88년중 연간 평균소비량기준 1%를 의무수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5년간은 해마다 의무수입비율을 0.25%포인트씩 높여 2000년엔
그비율을 2%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후의 남은 4년동안은 의무수입비율을 0. 5%포인트씩 높여 최소시장개방
마지막해인 2004년의 최소개방률을 4%로 한다는 것이다.

86~88년중의 연간 평균쌀소비량은 5백68만7천t(약 3천9백40만섬)이다.
따라서 95년에 그 1%인 39만4천섬을 무조건 해외에서 사들여야하는 것을
시작으로 의무수입량을 점차 늘려가야한다는 얘기다.

비록 개방첫해의 수입규모가 극히 적은 물량이라곤 해도 어쨋든 우리나라
에서도 외국쌀과 국내쌀간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불가피해지게 됐다.

이미 국내에서도 유통되고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캘로스"를 비롯한
호주 중국등 몇몇나라의 쌀은 특히 국내농가에 큰 경계대상이 되고있다.
태국 베트남등 동남아곡창지대에서 우리농가의 10%남짓에 불과한 비용으로
생산되는 쌀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 쌀은 "인디카"라고 불리는 길고
가느다란 장립종으로 찰기가 떨어지고 푸석푸석해 우리입맛에 맞지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가격경쟁력이 월등하다고 해도 우리나라에 진출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서부지역 일대에서 생산되는 "자포니카"계통의 둥글넓적한
단립종쌀은 찰기등에서 우리나라쌀과 비슷해 직접적인 경쟁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이 자포니카쌀은 호주에서도 연간 50만t씩
생산되고있으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도 연간 1백만t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중국도 동북(옛 만주)지방에서 한국과 일본의
쌀생산량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연간 2천만t가량의 자포니카쌀을
생산하고있다.

이처럼 엄청난 물량을 생산하고있는 이들 지역은 그러나 정작 자체수요는
크지않아 얼마든지 수출할 여력을 갖고있다. 이들이 그동안 "금단의
시장"으로 남아있던 우리나라에 군침을 흘릴 것은 당연하다.

이중에서도 가장 경계의 대상이 되는 나라는 미국이다. UR협상에서
우리나라쌀시장을 열어제끼는데 "총대"를 메고나섰을 정도로 쌀수출에
대한 "야심"이 워낙 드세다. 실제로 미국아칸소주는 지난80년 우리정부가
냉해에 따라 일시적으로 쌀을대량 수입하자 한국시장을 겨냥,쌀생산면적의
20%까지 자포니카계통의 쌀을 늘려심기도 했다.

우리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있지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쌀개방조건을
다소 유리하게 귀결짓는 댓가로 최소개방물량의 절반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키로 이면계약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미국의 지난해
쌀생산량은 5백70만t으로 세계쌀생산국 11위(우리나라는 12위)에
지나지 않았지만 생산량의 40%를 수출, 수출물량에선 세계 2위를
기록했다는 것도 미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농협대 박진환교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개방이후 가장 위협적인
대상은 기계화영농이 가장 잘 정비돼있는 캘리포니아 아칸소 텍사스등
미국쌀로수출가격이 우리나라쌀값의 6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등으로부터 유입될 쌀과의 경쟁에서 우리쌀이 살아남기위해서는
"가격"의 불리함을 이겨내고도 남을 확실한 품질경쟁력을 갖추는 수밖에는
없다. 물론 영농기계화등을 더욱 촉진하는등 농업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국민의 입맛에 가장 잘맞는 우량쌀을 확대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쌀개방과 더불어 국내시장에서의 활동을 본격화할 국제 곡물메이저들에
대응,우리나름의 유통및 마케팅력을 제고시키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있다. 미국의 컨티넨털 카길등 곡물메이저들과 일본의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등 종합상사들은 이미 국내에서 옥수수 콩 사료용곡물등을
중심으로 유통망을장악한 상태여서 이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쌀시장에서도
국내유통이 이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있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