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증권의 박과장에겐 머리를 빡빡 밀고 공인회계사시험을 준비한 세월이
있었다. 시험운이 안따랐는지 두차례 고배를 마신후 미련없이 시험을
포기하고 증권업계에 들어와 현재 업무기획부서에서 일하고있다.

일반인들도 박과장과 마찬가지로 공인회계사시험을 통과하기 힘든 문으로
생각하고있다.

지난9월 합격자발표엔 모두 2백87명의 이름이 올랐다. 총응시자
6천3백94명중에서 뽑혀 가족과 친지들의 축하를 듬뿍 받았다.

그러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이들가운데 14명은 예기치 못한 "현실"에
직면하게됐다. 취업이 쉽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2년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만
"공인회계사"로서 활동을 할 수있다. 2년간의 수습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공인회계사회에 등록이 안될뿐만아니라 개업도 할 수 없다.

수습경력이 인정되는 곳은 회계법인 합동회계사무소 증권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등 4곳으로 한정돼있다. 이가운데 회계법인이 합격자의
대부분을 흡수해왔다.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수습경력을 인정받을수
있는 회계법인등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여긴다. 단순히
"자격증"으로만 간직할려고 그 어려운 시험공부를 했을리가 만무이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이 바뀌어 지난1월부터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할
기업수가 줄어든데다 경기침체로 세무나 경영컨설팅같은 부수업무도 크게
늘지않아 회계법인들마다 수습공인회계사를 가능한 줄이는 방향으로
인력수급이 이뤄졌죠"(공인회계사회 관계자) 결국 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취업알선"에 나서 지난달말 현재로 14명을 모두 회계법인에 밀어넣는데는
성공했다.

14명이 일시나마 표류하게된데는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또한 앞으로 이런 일이 다발할 수 가능성을 비추어주고있다.

우선 회계법인의 수습회계사수요가 왕성하지 않다. 지난87년이후
회계법인들은 정부의 대형화정책에 떠밀려 경쟁적으로 회계사 숫자를
늘려왔지만 최근들어서는 그 숫자를 거의 다 안정적으로 채운 상태이다.
회계사업계내의 인력수급에서 "가수요"가 없어진 셈이다.

시험합격자들중에서 특히 고령자일경우 "수습"으로 일을 시키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법인들이 노골적으로 난색을 표명했다.

공인회계사가된지 5년된다는 Y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공인회계사시험을
합격해놓고 일부나마 취직을 걱정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정부의
회계사인력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증권감독원의 권태리국장은 "자격요건"과 "개업요건"을
분명해 구분해야한다고 밝힌다.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했다고 다들 회계사업계에서만 종사해야된다는
사고방식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것.

이같은 시각은 회계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증권회사나 투자은행 또는
일반기업체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이나 영국의 예를 보고 나온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현실에서 아직은 이같은 "선진"시각을 수용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영국이나 미국보다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기가
상대적으로 무척 어렵다.

한편으로 미국처럼 공인회계사 시험이 쉽게 여겨질경우 그만큼
공인회계사업계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공인회계사 숫자를 가능한 늘린다는게 정부의 기본정책방향이다.

이에대해 공인회계사들은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면 최소한"개업자격"까지
취득하는 길은 터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그 방안으로 회계사들이 수습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관을 은행의
심사관련부서나 증권사의 증권인수관련부서 또는 국세청 감사원같은
정부기관등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고있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