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 24일 기습적으로 취한 92년이전 발행화폐
사용금지조치가 러시아와 CIS국들에 일대 충격을 주면서 26일부터
신화폐로의 교환이 시작됐다.

구화폐권종의 93년발행권종으로의 교환이 개시된 26일 국영저축은행등
은행창구엔 수백명씩의 인파가 몰려들어 일대 혼잡을 빚고있다. 또
아직루블을 공식 화폐로 사용하고 있거나 동시사용하고 있는 구소련방
가맹국들은 러시아가 기습적으로 구화폐의 유통을 금지시킨 배경을
둘러싸고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오후 러시아중앙은행이 취한 조치는 <>92년이전에 발행된 화폐의
유통을 26일부터 금지한다<>8월7일까지 2주간 구화폐를 신화폐로 교환하되
1인당 3만5천루블로 제한한다<>한도초과분은 이자부 6개월강제저축으로
흡수한다는 것으로 요약할수 있다.

루블화는 그동안 급격한 인플레속에서 13종 29개액면으로까지 크게 늘어
내국인조차 사용에 애로를 느껴본게 현실이다. 이번 권종정리로 1,3,5,10,
25,50루블짜리등 레닌의 얼굴이 들어간 화폐는 사라지게 된다.

화폐개혁에 준하는 극단의 이번 조치는 최근들어 러시아정부가 취해온
인플레억제조치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충격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 6월22일이후 당시 1백10%이던 재할인율을 두차례에 걸쳐
무려 1백70%까지 끌어올리는등 초긴축정책을 유지해 왔었다.

재정적자 10%를 목표로한 인플레억제를 위한 긴축대책이 이어지고
있는셈이다.

이번 조치는 거액교환의 경우 이를 예금으로 묶는 특별조치를 통해
상당량의 현금을 퇴장시킬 계획이다. 통화축소 효과를 거둘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그만큼 심한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현금부족으로 기업들간 상호부채가 8조루블에 이른 형국이고
현금부족비율이 60%에 달해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과 거부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억제및 루블화가치 안정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들어 6월까지 인플레율은 3백44%. 여전히 살인적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해에 비교해서는 낮고 4월부터는 월간 20%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루블역시 최근 달러당 1천루불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 희망적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내부보다 외부에 주는 충격과 파장이 클것같다.
최근들어 속속 루불경제권을 이탈하고 있는 구소련방 가맹국들엔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연방해체이후 루블경제권을 이탈해 독자통화를 발행한 나라는 우크라이나를
비롯 8개국. 이들이 독자통화를 발행할때마다 거대한 규모의 루블현금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넘쳐들어와 통화를 교란시켜오고 있다.
이에대한 봉쇄가 내부의 긴축못지않게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러시아밖 구소련공화국에서 유통되는 루블은 총통화의 20%선에
이르고 이들의 대러채무는 8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루블
경계선을 확정짓지않고는 긴축정책과 이를통한 인플레관리에 결정적인
구멍이 생긴다고 판단해왔던 것을 이번에 실행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가 구화폐회수를 발표하면서 구소련공화국들은 극심한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벨로루시등은 러시아에 보조를 맞추어 구화폐의 교환의사를
이미 천명했고 몰도바는 독자통화를,카자흐는 루블고수를 선언하는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이들 공화국에서 회수되는 루블을 특별환율을 정해 교환하되
이들이 러시아에 지고 있는 부채와 상계하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루블경제권해체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적용되기 시작한 26일 우크라이나 라트비아등 사실상
2중통화지역들에서는 루블화의 가격이 폭락하고 자국통화가 강세를 보여
독자통화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번조치와 함께 여타 공화국에 대한 통화및 외채관리를 강화할
경우 우즈베크 카자흐등도 조만간 루불경제권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경우 CIS체제도 재구성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CIS체제의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다.

[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