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 병원은 시내 중심가에 있다. 이젠 낡은 건물이 되었지만
25층건물에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건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었다. 9백11호실은 병원장 방이었다.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데다
전망도 꽤 좋았다. 의사출신 병원장 김병국은 환갑을 넘긴 초로의
신사였다.

어느 비오는 날이었다.

병원장 방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새나왔다. 비명 소리를 듣고
직원들이 달려갔지만 방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방안에서는 여전히
병원장의 비명소리,의자나 화병같은 것들이 넘어지고 깨지는 소리,그리고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뒤엉켜 새나왔다.

그러기를 2~3분.

소리가 갑자기 뚝 그쳤다. 문밖에서는 계속해서 직원들이 문을 부수려고
몸을 부딪치고 발로 내리차봤지만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잠시뒤
누군가 연장을 가지고와 문을 부수고서야 비로소 방안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방안은 가관이었다. 책 집기 비품들이 사방에 어질러져 있었고
검붉은 피가 곳곳에 흩뿌려져있었다.

방구석에 목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쓰러져 있는 병원장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고 기이한 것은 방안에는 병원장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방안의 상태로 보아 병원장이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된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범인은 보이지 않았다. 방안에는 숨을 만한 곳이 없었다. 그리고
창은 넓은 유리로 돼 있었는데 환기용의 조그만 창문이 하나 열린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몸집이 작은 어른이 겨우 드나들 정도였다.
게다가 거기는 9층이었다. 도저히 밖으로 뛰어내릴수 없었다. 출입문은
안에서 잠겨있고,창문은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너무나 작은 방,따라서
그곳은 밀실이었다.

경찰이 도착했다.

그들은 범인 것으로 보이는 지문을 하나 채취했다. 병원장의 사망원인은
목쪽의 기도가 한움큼 뜯겨 나갔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결과 병원장은 대학 재단측과 커다란 갈등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병원장은 A대학 병원의 창립공신이었다. 재정상태가 빈약했던게 A대학
재단이었다. 20년전 김병국이 은행융자등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 할만큼 초현대식 건물을 세우고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해왔던
것이다. 병원은 개원하자마자 환자들이 밀어닥쳤다. 그것은 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고,병원장은 재단의 신임을 한몸에 받게됐다. 그렇게해서
그후 20년이란 오랜세월을 그는 병원장으로 장기집권해왔다. 오래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그도 결국 돈과 인사문제로 재단측과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 수수께끼 가득한 사건을 여러날에 걸쳐 수사를 했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어떻게 그방에서 사라졌는지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그방에서 사라졌을까?

[ 답 ]

범인은 인간이 아니고 훈련이 잘된 오랑우탄이었다.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 원주민말로 "숲속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유인원중 가장 머리가 좋고 사람과 흡사하다. 그리고 유일하게
사람처럼 지문이 있다. 그것은 병원장의 목을 물어뜯고는 환기창을 통해
창밖으로 나가 건물벽을 타고 사라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