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정보통신(사장 박형욱.39)의 서울 마포구 상수동 본사
연구개발실에는 새벽에도 자주 전화가 걸려온다. 컴퓨터에 음성.음악을
입출력시키는 장치인 사운드카드 사용과 관련,고객들의 문의전화다.

이회사는 언제 전화를 걸어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고객들에게
은연중 심어져있다. 이는 회사가 의도한 것이라기 보다는 우연히 그렇게
된것이라 할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유기술제품이 있어야 했으며
회사설립 초창기에 이를 만들겠다고 기를 쓰다보니 연구실은 자연히
1년내내 불이 켜져 있다시피 했다. 따라서 어느때 문의전화가 와도
응답할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가 어느정도 자리잡힌 지금도 당시의 습관이
남아 항상 연구실을 지키는 인원이 있어 새벽이나 휴일에도 전화응답이
가능한 것이다.

성일정보통신은 지난89년 설립이후 2년7개월만인 91년11월 마침내
고유기술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듬해 1월에는 이에 관한 특허출원을 했다.
바로 멀티미디어등에 활용할수 있는 사운드카드의 핵심칩인
음성프로세서이다. 이를 자체기술로 설계, 92년부터 사운드카드를 만들어
국내외에 공급함으로써 회사 안정화의 기반을 닦았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현대전자와 공동으로 기존의 팩스/모뎀에 사운드기능과
ARS(자동응답기능)를 부가시킨 첨단제품을 개발,기술력을 과시하면서
고속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제품은 PC에 팩시밀리가 부착되어 있지
않더라도 전화선에만 연결시켜놓으면 PC가 상대방측의 팩시밀리에 자료를
송신할수 있다. 또 상대방측의 팩시밀리를 통해 전송된 자료를 PC가 받아
프린터를 통해 출력할수 있도록한 제품이다.

91년도 이회사의 매출은 1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무려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올해에는 매출규모를 1백억원으로 전년보다
43%가량 늘려잡고 있으며 이의 달성은 어렵지 않으리라고 박사장은
예상하고 있다.

성일정보통신의 위치가 처음부터 오늘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91년말
음성프로세서의 개발전까지만해도 이회사의 위치는 풍랑의 바다에 떠있는
조각배나 다름없었다.

중소 컴퓨터메이커가 픽픽 쓰러져 가는 와중에서 납품대금이 제대로
수금될리 없었다. 때문에 회사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야만 했다. 여기에
집판돈 1억원을 밑천삼아 회사를 설립하면서 외국제품을 베끼기보다는
그럴듯한 원초기술을 개발하리라고 마음 먹었던 탓에 고생은 더욱 심했다.

그렇다고 기술개발을 끝냈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상품화자금이 또다른 암초였다. 음성프로세서만해도 개발에 6천여만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개발이 끝나고 이의 상품화를 위해 미국의 인텔사와
접촉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 탓에 신용거래가 통하지 않았다. 결국
7만달러 가까운 현금을 예치한후 프로세서칩을 납품받을수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내에서조차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음성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알려지자 92년초 미국의 사운드카드
메이커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제소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성일정보통신은 3개월에 걸처 자료를 만들어 내용증명을 띄우는등 이에
대처했다. 이후 미국측에서는 이렇다할 응답이 없었으며 흐지부지되어
결말이 났다.

"89년 당시만해도 컴퓨터에 대한 일반의 의식수준이 높은 건
아니었습니다. 또한 집안에 처박혀 잠자는 컴퓨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박사장은 이 잠자는 컴퓨터를 끌어내 시장을 창출하자는 의도에서
음악카드등 사운드카드를 초기 주력상품으로 정했다고 설명한다. 마침
그때 전세계적으로 멀티미디어란 개념이 등장,컴퓨터가 오디오.비디오등
기존 가전제품시장의 침체를 해소시켜줄수 있는 한 돌파구로 여겨지면서
사운드카드등의 수요가 일기 시작했다.

자체기술로 음성프로세서칩을 설계하고 사운드카드를 만들수 있는 기업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5군데 정도에 불과하다. 성일정보통신과 다른 국내업체
1개사,미국 2개업체,싱가포르업체 1개만이 가능하다고 박사장은 말한다.

따라서 수출가격도 성일정보통신이 정하는대로 따라올만큼 경쟁력이
있다면서 앞으로 해외마케팅력만 강화하면 큰폭의 수출신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지난3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최대 음악관련전시회인 "뮤직메세"에 자사의
사운드카드를 출품,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하는 박사장은 성일정보통신을
오는 95년까지는 세계3위의 멀티미디어업체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