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증시는 작년까지의 침체상황보다 더 악화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가의 가속적인 하락은 기업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기업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부의 감소로 소비와 총수요를 위축시켜
경기불황을 더욱 심화시킨다.

아울러 사회 전반의 불안심리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획기적인 증시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대선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은 부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부양 대책의 필요성 여부나 그 내용은 증시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원인분석을 기초로 하여야 할것이다. 주가하락으로 나타난
증시침체의 기본적인 원인은 기업수익성의 악화와 고금리의 지속,그리고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라는 경제적인 요인이 주가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강도 높은 부양책은 증시가 침체정도가 아니라
위기라는 상황판단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므로 증시를 침체시키는 경제적인 요인 이외의 다른 어떤 요인에
의하여 증시가 위기로까지 치닫게 되었는지 판단을 한후에 처방을 내려야
한다.

지금의 금리수준이나 경제의 성장잠재력,그리고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을
과거 경험에 비추어서 고려하여 보면 필자의 추정으로는 상장주식의
평균적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지금의 8.5보다 높은 10내지 11이 적정한
수준이다.

이 수치를 주가지수로 환산하면 지금의 470보다 높은 550내지 600정도가
된다.

따라서 현재의 주가는 경제적인 변수만을 고려한 적정수준보다 15 20%
저평가 되어 있으며 그 결과 싯가총액으로 10조 15조원이 경제외적인
요인에 의하여 유실된 셈이다.

다시 말해서 주가지수 600정도의 증시침체는 경제적인 요인 때문이지만
500대가 무너지는 증시위기는 경제외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경제외적인 요인으로는 정치 사회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최근의
여러가지 현상들을 열거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중 가장 심각한것은 구태의연한 작태를 계속하는
여야정치지도자들의 몰지각함이다. 아울러 증시와 관련하여 지나치게
과장되고 자극적인 표현을 일삼는 언론의 무절제함도 한 요인이 되고있다.

정치권이 촉발하는 불안심리는 지극히 우려될 정도이다.

단적인 예로 증시부양책 마련을 위한 고위 당정회의가 열리고 모든
일간신문이 증시위기를 사설의 주제로 삼았던 지난19일 어느 석간신문의
1면 머릿기사는 제2이동통신의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여당대표와
대통령간에 공개적인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내용을 싣고있다.

여야의 지도자가 모두 입으로는 정치권이 증시위기상황에 대하여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였던 바로 그날이었다.

언론은 최근에도 마찬가지이지만 89년12월 초 주가지수가 8개월만에
최고수준에 비하여 겨우(?)16% 하락했을때도 증시의 폭락 붕괴 붕락
공황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여론에 휘말린 허약한 정부는 뭔가
비상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악수에 불과한 발권력
동원의 12.12조치를 강행하게 되었다.

최근의 증시위기는 그 원인이 단순히 높은 금리수준이나 주식의
수급불균형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여러가지 졸속 증시부양대책들은 증시위기를
탈피하는 효과가 없는 내용들일 뿐만 아니라 경제정의를 실추시키고
증시이외의 부문에 주름살을 지우는 내용들이다. 발등에 불을 끄겠다고
망치로 내려치는 우를 범하는 격이다.

증시부양을 위한 묘책이란 없다. 오히려 이럴때일 수록 증시내부의
제도를 정비하고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개발에 몰두하여야 한다.

정부당국 그리고 특히 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은 정도를 걸어 국민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시켜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진정으로 정도를 걷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모든
국민의 각오,그리하여 정도가 개인적인 이해와도 부합된다는 정치지도자의
새로운 인식,아울러 정책당국자들의 장기적인 안목과 책임의식,그리고
적절한 표현으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려는 언론의 태도,이들이 진정한
경기부양대책이요 증시부양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