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정책이 지금까지의 계획경제위주에서 시장조절기능중심으로
크게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전면적인 시장경제노선으로 나갈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시장조절기능중심정책의 대강은 지난달 16일 중공당중앙이 "1992년
4호문건"으로 결정한 기밀문서에서 윤곽이 드러나고있다.

최근 홍콩의 중국계신문 대공보가 보도한 4개분야 19개항으로된 이
4호문건은 과거 중국경제정책의 기본노선으로 신성불가침시되었던
계획경제노선을 시장조절기능중심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경제정책운용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부상한 주용기부총리의 실무주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문건은 올해초 최고실권자 등소평이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확대와 생산력제일주의를 내용으로하는 92년 2호문건에
이어 나왔다는데 또다른 특징이 있다.

홍콩의 일부언론은 등이 주부총리와 함께 요령 길림 흑용강성등
동북삼성을 순회함으로써 개혁개방노선의 확대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어 중국경제의 체제변화가 주목되고있다.

4개분야로 구성된 시장조절중심 개혁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거시경제조절관리기능 강화이다. 이는 계획경제메커니즘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 산업정책에 따라 중앙과 지방의
투자규모를 조정한다는 것.

둘째는 기업경영체제의 개혁으로 제조업경영에 관한 잠정조례를
제정,자주권을 확대하고 경영책임제와 주식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셋째는 유통체제의 개선을 통해 상품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것.

넷째는 대외개방을 더욱 확대,상해 포동지구를 중심으로 장강내륙의
중경등을 개방하고 이지역에 대해서도 연해개방도시와 같은 우대정책을
실시한다는 내용등이다.

분석가들은 지난11일 중국정부가 관영통신 신화를 통해 생산판공실대신
경심무역판공실을 신설,주부총리가 주임으로 겸임하고있다고 밝힌 것도 이
4호문건의 기본골격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있다.

국무원의 기구개혁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이것은 최고실력자 등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내년께 경제무역판공실을 국가경제무역위원회로
격상,중국경제의 전반적운용을 시장조절기능 중심으로 바꾸어가려는
계산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당중앙고문위원회 박일파부주임은 "대경제무역위원회
소국가계획위원회"에 관한 구상을 제시했었으며 그같은 계획이 4호문건에
반영됨으로써 시장조절중심의 경제체제노선이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경제정책수립의 주요기능을 맡아온 국가계획위원회와 앞으로
국가경제무역위원회로 승격될 경제무역판공실의 기능도 달라질것이
분명하다. 국가계획위원회가 거시적인 문제만을 다룬다면
경제무역판공실은 실무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매년및 매일의 일상적인
경제문제를 취급하고 특히 기업에 대해 자치권을 최대한 살리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4호문건은 개혁파 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있다.

저명한 경제학자 오경연은 중국이 스탈린식 계획경제제도를 폐지하고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개혁개방정책이 성공을 거둘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 고상전부주임은 주강삼각주의
경제적 성공은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유수년물자부장이 ""시장경제병"에 대한 우려는 등소평의
남순으로 이미 사라졌다"고 한것도 주목할 일이다. 시장조절기능을
중심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이같은 중국의 정책전환은
수출주도국가이면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으로서는 큰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거대한 중국시장의 잠재력이 현재화된다는 장기적인 점과 함께
짧게는 경제가 보다 활성화되고 개방을 확대함으로써 한국업계의
시장개척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수 있기때문이다. 동시에 산동
요령성일부지방에 집중되어있는 대중투자의 내륙지방확대도 검토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같은 시장기능위주의 경제정책이 깊이 뿌리를 내리기에는
시간이 걸릴것으로 예상된다. 4호문건의 강조에도 불구,사회주의
노선,인민민주전정,공산당지도,마르크스 레닌주의.모택동사상견지등
4개원칙을 지키면서 개혁개방을 실시한다는 1개중심 2개기본점의 원칙과
계획경제요소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있어 평등경쟁을 보장하는 시장경제가
자라기는 어려울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홍콩=이병국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