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잎새가 도시공해의 분진속에서도 자못 싱그럽고 검푸르러가는 5월.
자연의 계절변동은 어쩌지못해 농촌에서는 또 모내기준비등 농사일로 몸과
마음이 마냥 바빠지는 달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은 역시
대선채비에 정신없는 정치권의 정치놀음에 계속 쏠릴 판이다.
관심을 안가질 재간이 없다. 여야정당의 대권지망자들이 모두 이달안에
독자적인 출마선언,혹은 당내 경선절차를 거쳐 소속당의 후보로 그 모습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정당(7일)을 시발로
국민당(15일) 민자당(19일) 민주당(25일)등 일주일간격으로 후보선출과
지명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정치라고 해서 반드시 비생산적이라고 몰아쳐 매도할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거스를 수도 없다. 싫건 좋건,정치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정치권의 열기는 어차피 12월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어떤 인물이 어떤 출사표를 가지고 국민앞에 나타날 것인지가 궁금한
현실이긴 해도 우리에게는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 집권당과
정부가 보다 확고한 신념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정을 운용해야한다. 경제를
정치에 흔들림없이 운용하는 일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이다. 정치로 세상이
온통 소란스럽고 어지러울수록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가 경제를 운용하는 모습은 불안하다. 무엇보다도
앞을 보면서 전향적으로 국정과 경제를 챙겨야할 정부가 6공정부의
업적홍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한심스럽다.
집권여당의 지난번 3.24총선패배가 과연 경제실정탓인지,혹은 다른
이유때문이었는지는 아무도 지금 분명하게 말할 입장이 못된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저간의 그와같은 소리에 집착하여 지난날의 경제업적홍보에
필요이상으로 매달려 있는듯한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서 6공정부의 경제정책가운데는 잘한것 잘못한것,성공한것
실패한것이 뒤엉켜 있다. 그 내용은 정부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이
다 알고있다.
무릇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지닌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그 효과가
복합적인 경제정책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이를테면 주택2백만호
건설만해도 주택값을 하락시킨 한편으로 건설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유발한 양면성을 지적할 수 있다. 어느쪽에 더 비중을 두고 평가하느냐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하고 먼 훗날 역사가가 할 일이다. 사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기만하던 집값을 물량공세로 떨어뜨리게 한것은 큰 과업으로
평가될수 있으며 정부로서는 그평가만으로 만족해야한다.
6공정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권교체나 지도자의 교체에도 결코
흔들리지않는 정부와 정책,관료체계까지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해도 새 정부가 들어서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또
할일도 많다. 그런데도 6공정부정책을 결산하듯 업적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지난날의 경제정책에대한 평가에 신경을 쓰거나
대응논리개발,혹은 업적홍보에 귀중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지말고 경제가
앞을 향해서 전진하게 만드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경제를 무리없이
굴러가게하고 온전하게 마무리해서 새정부에 승계시켜야한다.
정부가 뭐라고 변명하든 경제가 어렵고 기업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속출하는 불도와 중소기업의 휴.폐업이 그런 현실을 대변한다. 기업에
번지고있는 감량경영바람은 자칫 인력난이 아니라 일자리난 실업바람으로
번질 위험이 없지않다. 기업과 근로자가 희망과 의욕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다시 뛸수 있게 만들어야한다.
안정정책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업을 아예 죽이는 무분별한
안정정책이어서는 안된다. 기업인을 격려하면서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키워주는 정책이어야한다. 기업의 성장잠재력이 쇠잔해지면 재기할 힘을
잃어버린다. 결과는 경제안정이나 산업구조개편이 아니라 경제쇠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기업인이 기업할 의욕을 고취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개발과 투자확대등
우리경제의 내일을 위해 해야할 일,소홀히 하거나 미룰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노태우대통령은 기회있을때 마다 남은 임기를 경제에 전념하겠노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주 63빌딩에서 있은 조찬기도회에서 다시한번 확인했다.
남은 임기는 한국경제의 장래를위해 더없이 중요할뿐 아니라 6공1기의
경제업적에대한 평가가 걸린 소중한 기회이다. 푸른 5월에 경제의 신록을
함께 가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