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한양유통사장(빙그레사장겸임)이 4일 경영일선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한양유통은 이날 정기주총을 열고 가갑손 대표이사부사장을 재선임하고
임기만료된 김승연 한국화약그룹회장과 김호연 대표이사 사장을
퇴임시켰다.
김회장의 동생으로 한국화약그룹이 인수한 지난86년부터 한양을 맡아온 김
전사장의 전격퇴진은 전혀 뜻밖의 일로 그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사장은 일본유학시절 유통을 전문적으로 연구했으며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유통회사인 SHV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하는등
유통쪽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김 전사장은 지난6년여동안 한양의 주식을 단한주도 갖지않은채
사장으로서 오직 경영만 해왔었다.
현재 한양의 지분은 계열사인 한양화학 47.8%,경인에너지 37.8%,김회장
14.4%로 구성돼있다.
이번 임원진 개편으로 한양유통은 가갑손 김호연 두 대표이사에서 단일
대표이사로 그체제를 바꾸었다.
가대표이사는 한국화약출신으로 진로유통사장등을 거쳐 지난해 한양에
영입된 유통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되고있다.
따라서 한양은 그동안 실세역할을 해온 김 전사장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할수 있게됐다.
한국화약그룹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경영진개편에 나선것은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있는 경영을 정상화하기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고있다.
현재와 같은 불실경영상태가 지속될 경우 한양은 물론 각종채무를
보증서고 있는 그룹까지 큰 타격을 받을것이라는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한양은 김전사장이 맡은 지난86년부터 지난해말까지 누적적자가 무려
5백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당시에는 누적적자가 48억원에 불과했었다. 이기간동안에만 발생한
부채는 무려 1천5백9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영상태가 최악에 이르자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는게 그룹측의 해명이다.
김전사장에게 한양을 떼주기는 어렵다하더라도 경영권은 계속 확보해
줄것이라던 당초예상을 뒤엎은 이번인사로 한국화약그룹은 약간의 후유증을
앓게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호연씨측은 이번 물갈이가 선친인 고 김종희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의
"분배"원칙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있다.
이에대해 그룹측은 한국화약그룹을 누구의 것이라는 소유개념으로 보는것은
선대회장의 유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양유통측은 김승연회장이 지난해연말 출국,아직 귀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결정이 나온 것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김사장 측근은 한양유통이 부실경영을면치못하고 있는 것은 2천억원의
차입금때문이라고 말하고 이는 85년 (주)한양 인수당시 채무 5백10억원과
고정자산취득 1천억원,대형점개점및 리뉴얼이 본격화된 89년이후 누적결손
4백90억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룹이 약속하던 지원이 고정자산취득 1백억원을 비롯해 고작
1백50억원에 그쳐 정상화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룹여신규제한도에 묶여 제1금융권대출이 어려웠고
단기채 마련에도 큰 어려움을 겪어 재무구조개선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그룹측은 현재로서는 김 전사장이 한양에서 손을 뗀데 따른
배려는 해줄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전체 지분의 21.7%를 확보하고있는 빙그레의 경영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김전사장이 지난해 1억3천만원의 첫 흑자를 내고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한
빙그레를 지속적인 흑자기조에 올려놓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것이라
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인사로 김 전사장이 계열사인 한양의 경영에서 손을 뗀만큼 산업
합리화조치에 맞춘 빙그레의 계열분리작업이 급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분리를 하려면 해당회사사장이 다른 계열사의 경영을 맡지않아야 한다.
호연씨는 빙그레를 갖고 한국화약그룹에서 분가,올해안에 독자적인
살림살이에 나서게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제일화재지분의 14.5%를 확보하고있는 호혜씨(김회장의
누이)가 실질적으로 이회사의 독자경영에 나서고있어 3남매 분할경영체제를
맞게될 전망이다.
김회장은 이같은 장기구도하에 약간의 잡음이 일것을 무릅쓰면서
그룹경영과 관련된 큰 획을 그은것으로 평가할수 있다.
형제간의 정에 얽매여 지난해 동양정밀 인수에 따른 고려씨스템의
파산등으로 겪어야했던 뼈아픈 경험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