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서울국제문구전시회가 9일 KOEX에서 개막됐다.
종이 붓 먹 벼루로 대표되는 전통문구개념에서 퍼스널컴퓨터 프린터
전자복사기 팩시밀리의 신문방사우가 올해 처음 전시되는 것도 특징중의
하나.
특히 사무가구업체인 한샘퍼시스와 사무기기메이커인 코리아제록스가
참가,사무용품의 배치와 이용형태를 제시하는 "모델오피스"를 보여준다.
문방에 필요한 제구가 이번 전시회기간동안 총 망라되는 셈이다.
문구조합은 이번 전시회에 5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천여명의 바이어를 유치,3천만달러의 수출입상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구업체들은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문구전시회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문구산업을 내수중심에서 수출주도형으로 전환시키는 디딤돌로 삼기
위해서이다.
문구의 내수와 수출비중은 70대30.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비중수치다.
업계는 "마의 숫자"로 불리는 이 수치를 깨뜨리기 위해 자체 디자인및
브랜드개발,해외현지공장 설립등에 전력을 쏟고 있다.
가장 발빠른 분야는 필기구업체들. 모나미 마이크로 문화연필등은 해외
40개국에 상표등록을 마치고 수출물량중 53%정도를 자체브랜드로 내보내고
있다.
또 필기구업체들은 해외현지공장 설립으로 수출기지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70년 빠이롯드가 태국에 해외공장을 건설한 이후 지난해는 모나미가
역시 태국에,지난 10월에는 문화연필이 중국 북경제필유한공사와 합작으로
현지공장을 준공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필기구분야는 그동안 문구수출선두였던 앨범을
제치고 수출주력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기구 수출은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3천1백만달러를
기록,전체문구수출의 20.3%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필기구를 문구류가운데 세계일류상품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품목으로 꼽고 있다.
반면 문구수출상품의 대명사격이던 앨범은 최근들어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지난 85년 미국이 반덤핑관세 64.8%를 부과,대미수출이 사실상 끊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앨범업체들은 설상가상으로 EC에서도 반덤핑조사가 실시된데다 국내
인건비상승으로 KMB무역은진물산 우미산업등 8개사가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이전했다.
앨범수출전문업체들은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려 시장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청우양행은 서울 강남에 대형매장을 설립,앨범뿐 아니라
종합문구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금속문구도 문구수출에 빼놓을 수 없는 분야. 올들어 7월말까지
2천4백만달러의 수출실적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7.6%의 증가세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금속문구업체인 코리아스태플은 올해 1월 미국 공장을 매입,스태플러등
금속문구류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문구업체들은 해외투자를 가속화하는 한편 내수시장에서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전문하청업체를 통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문구의
다품종소량생산에 나서고 있으며 대형매장을 잇따라
설립,원스톱구매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 교보문고지하에 국내 처음으로 대형매장을 설립했던
모닝글로리는 노트등 지류분야에서 괄목할 장세를 보이고 있다.
후발 노트업체들의 맹추격에 맞서 선발 노트 5개사는 협업생산체제를
선언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무극사 성원노트 새한노트 대양노트 대한노트등 5개 노트전문생산업체는
노트류를 공동개발,"온누리"라는 브랜드로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5개사는 문구의 판로가 브랜드인지도에 좌우된다고 판단,광고에
투자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또 설비를 상호 사용한다는 약속하에 공동개발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업체들의 이같은 분주한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문구업계의 최대 현안은
디자인개발.
모나미 모닝글로리등은 40 50명의 전문 디자이너를 확보하고 있으며
웬만한 문구업체들도 5 6명의 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외주형태로 디자인을 들여오거나 외국제품을 베끼는 것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문구업계는 현재와 같은 기조만 유지한다면 늦어도 7 8년후면
세계시장에서 손색이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
물론 업계 스스로도 진단하는 몇가지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디자인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다른 의견이 없는
것같다.
학용품및 사무용품의 기술적인 면은 국제수준급이지만 디자인은
외국에비해 한수아래라는 고백이다.
국제경쟁에서 일본에는 품질에서 밀리고 대만등 동남아국가들에는
디자인개발 순발력에서 뒤져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만이 1년에 2회의 문구전시회를 개최할 만큼 디자인개발에 자신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업계는 연1회 전시에도 숨이 가쁜 실정이다.
국내 문구업계는 모나미 동아연필등의 주도로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갖춘상태이기 때문에 디자인개발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동남아에 밀릴 수
없다는 자각이 있어 앞으로의 가능성에 자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가 내수시장중심에서 벗어나 국제마케팅에 더욱 발벗고
나설때 문구전시회도 더욱 빛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