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는 다른 어느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로 얽혀 있다.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리되거나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현안으로 떠오른다.
근간으로 계획돼 있는 노태우대통령의 일본방문에서 재일한국인 법적
지위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질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일관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이밖에도 산적해 있다.
다른것 다 제치고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우선 한일무역역조의 시저은
더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과제다.
66년 한일국교정상화이후 89년까지 우리의 대일 누적무역적자는 무려
513억달러에 달했다.
일본은 이러한 적자를 양국간 산업구조의 차이와 경제발전 단계의
차이때문에 오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는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차이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상혜원칙을 존중해야 할 교역쌍방은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는 노력을 마땅히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최소한 미국의 시장개방요구에 보이는 성의를 우리에게도
보여야 마땅하다.
일본은 그 경제적 체중이나 무역흑자국에 전혀 걸맞지 않게, 특히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해서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예사롭게 되풀이
하고 있다.
예컨데 칡차 쌍화자등 국산차를 일본은 의약품으로 분류, 작년부터
독성의 검사기준을 강화하고 검사료를 종전보다 30배까지 물리고 있다.
또한 한일간 동일해역인 동해및 동중국해역에서 주로 잡히는 북어에
대하여 한국이 잡은 것에만 검사를 강화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밖엔
할말이 없다.
한국산 인삼과 각종 식기는 통관때마다 실시하고 제빵원료는 위생
검사를 이유로 입항에서 통관까지의 기간을 1-2주일 끌며, 대량
생산으로 품질이 균일한 라면과 과자류등에 대해서도 통관때마다
의약품지정검사와 식품위생검사를 실시, 통관기간을 늦추고 있다.
사리가 이러한데 대일부역 역조를 산업구조와 경제발전단계의 차이,
또는 환율문제로 설명할수는 없다.
우선 일본은 높이 쌓아놓고 있는 비관세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우리는 다소의 흑자를 보이고 잇는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과 압력을
일본에 가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 스스로 기술혁신 신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산업구조
고도화를 앞당겨 수입의존적 체질을 고쳐야 할 것이다.
한일무역불균형시정에 대해 일본이 어떠한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역조시정에 유효한 것인지를 어떠한 차원의 한일회담에서도
확인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왕한국방문의 전제가 될 노대통령 방일을 서두른다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