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MB '믿을 건 공무원 뿐?'
“(지식경제부 공무원) 여러분 토론을 보니까 개인역량이 뛰어나고 열정과 전문지식이 대단하다. 우리 사회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을 대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15일 KOTRA에서 열린 지식경제부의 내년 업무보고에서 공무원들을 한껏 치켜 올렸다. 그동안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질책해오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이어 소비자원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도 “(공정위가) 올 한 해 여러가지 역할을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칭찬했다.

지난 14일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이 대통령은 “고용부 직원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굉장히 애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직원들께 고맙다”고 했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선 “교육부 공무원들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열성을 쏟는 공직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만 있으면 관료사회의 비효율과 낡은 관행을 비판해왔다. 그는 2008년 3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국민들이 힘들어도 공무원들한테는 봉급이 나간다. 1조원이 들어갈 사업에 2조, 3조원이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신분이 보장돼 있다는 걸 믿고 위기나 위기가 아닐 때나 같은 자세”라고 질책했다. 외교통상부에 가선 “국제외교 측면에서 지혜롭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기 초반에는 개혁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공직사회를 질책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임기 말엔 그동안 벌여 놓은 정책들을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공무원들의 등을 두드려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당이 와해 위기를 맞고, 대통령의 탈당 요구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으로선 마지막에 믿을 건 공무원들뿐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