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내한…일본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미야케 쇼 감독 "한국 방문 가장 감동적"
日배우 기시이 유키노 "농인 복서 연기하며 함께 강해져"
오는 14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주인공 '케이코'(기시이 유키노 분)는 양쪽 귀가 모두 들리지 않는 프로 복서다.

관중의 함성은 물론이고 승패를 알리는 심판 판정조차 듣지 못하지만, 링 위에서 상대방과 마주할 때면 성난 황소 같다.

괴성을 지르며 돌진해 주먹을 날리고 다운이 돼도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붙인다.

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고된 훈련에 돌입한다.

훈련을 마치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호텔 청소부로 잠시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

주인공을 연기한 기시이 유키노는 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트레이닝하면서 케이코의 인격이 내 안에서 형성돼 가는 것을 느꼈다.

인위적으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저 존재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떠올렸다.

"케이코를 저라고 생각했어요.

저와 케이코는 사랑하는 것에 정열을 다하는 삶의 방식 자체가 닮았거든요.

케이코에게는 그게 복싱이고 저에게는 영화죠. 연기를 하면서 어떨 땐 케이코의 열정을 제가 못 쫓아가거나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서 저 역시 강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그는 지난해 이 역할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일본 최고 권위의 영화 전문지 '키네마 준보',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다카사키 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대사는 없지만 눈빛과 몸짓으로 케이코의 열정과 독기를 훌륭하게 표현한다.

日배우 기시이 유키노 "농인 복서 연기하며 함께 강해져"
링 안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케이코지만 링 밖으로 나서면 약자 중의 약자다.

포인트 카드가 있느냐는 계산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쩔쩔매고, 어깨를 친 행인이 소리를 질러도 따질 수 없다.

미야케 쇼 감독은 "복싱을 다루긴 했지만, 하루하루 링 안팎에서 살아가며 싸워가는 한 여성을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승리의 기록이 아닌 고난의 여정을 보여준다.

실제 청각장애 복싱선수 오가사와라 게이코의 자서전 중에서도 시행착오의 나날을 회고한 부분을 발췌해 차용했다.

"(인생에) 하이라이트 장면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 미야케 감독은 "하이라이트로 향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야케 감독은 케이코가 겪는 역경을 따스하고 차분하게 그려 관객이 그의 삶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디지털 대신 16㎜ 필름으로 영화를 촬영한 것도 이런 의도가 반영됐다.

케이코가 수어를 할 때는 곧장 자막이 나오지 않고, 수어가 끝난 뒤에야 검은 배경에 흰 글자로 자막이 나오기도 한다.

미야케 감독은 "필름 특유의 질감은 관객들이 인물을 소중하게 바라보게 하고, 눈으로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시간을 들여 상대와 함께하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자막에 시차를 뒀다"고 설명했다.

日배우 기시이 유키노 "농인 복서 연기하며 함께 강해져"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로 유명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더불어 일본 영화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감독으로 꼽힌다.

데뷔작 '플레이백'(2012)으로 로카르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20)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국내에서 정식 개봉했다.

당시 미야케 감독은 한국에 오려 했지만, 코로나19 유행에 가로막혔다.

그는 "홍보 차 많은 나라를 가지만 한국 방문이 가장 감동적"이라면서 "(팬데믹이 끝나고) 한국 관객을 만나고 스크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된 게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역시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기시이는 "작년 부산에서 이 영화를 선보일 때 꼭 서울에서도 개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와서 영화를 공유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