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멸 위기 시골마을, '관광 핫플' 된 비결은
일본에 고스게촌(小菅村)이란 산골 마을이 있다. 도쿄에서 직선거리로 75㎞ 정도 떨어진 곳으로 대중교통으로는 3시간 넘게 걸리는 격오지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은 길이 끊겨 산속에 갇혀버리는, 육지 속의 섬이나 다름없다.

인구도 계속 줄었다. 1950~1960년대만 해도 2000명 넘게 살았다. 지금은 약 700명이 산다. 그런 고스게촌이 요즘 ‘지방 재생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150년 된 대갓집과 쓰러져가는 절벽 위 집이 호텔로 부활했다. 마을 길은 호텔 로비가 되고, 동네 사람들은 호텔 지배인과 가이드가 됐다. 주민이 생산한 먹거리는 호텔 식당의 최고급 요리로 변신하고, 만년 적자였던 마을 온천은 호텔 목욕탕으로, 물산관은 호텔 숍으로 거듭났다.

[책마을] 소멸 위기 시골마을, '관광 핫플' 된 비결은
그 배경엔 사토유메라는 지역 재생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가 있다.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는 그 사토유메를 설립한 시마다 슌페이가 쓴 책이다. 그는 교토대에서 삼림과학을 공부한 뒤 환경 보존과 마을 조성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 9년 동안 일했다. 이후 독립해 2013년 사토유메를 세웠다.

2014년 1월이었다. ‘고향의 꿈을 현실로’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 각지의 재생사업을 돕던 저자에게 한 사람이 찾아왔다. 고스게촌사무소 직원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그가 “마을에 조금 곤란한 일이 있으니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산골로 관광객을 불러들여 달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그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마가와강 발원지인 이 마을에는 산천어와 곤들매기 같은 민물고기뿐 아니라 버섯과 고추냉이 등 농산물이 풍부했다. 마을의 신선한 먹거리를 이용해 ‘발원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면 승산이 있을 듯했다.

또 자판기를 설치해 고스게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채소와 가공식품, 맥주 등 선물 꾸러미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공간 기획부터 상품 전시, 체험 프로그램 같은 모든 콘텐츠를 색다르게 꾸렸다. 예상은 적중해 대박이 났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고스게촌 촌장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엔 마을을 살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인구 시뮬레이션 결과 앞으로 30년 안에 고스게촌은 사라져버렸다. 시마다는 결정했다. “그래,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들자.”

그는 지은 지 150년 된 빈집 하나를 첫 번째 객실로 낙점했다. 마을 어른들이 ‘대갓집’이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여기는 저택이었다. 나아가 가파른 절벽 위에 쓰러질 듯 서 있는 작은 집 두 채도 호텔 후보가 됐다. 호텔 개장을 6개월 앞두고 매니저를 구하는 광고를 냈다. 예상외로 젊은 인재가 몰렸다. 그들은 고스게 마을에서 ‘이상적인 삶’을 봤다고 했다.

이렇게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라는 콘셉트 아래 2019년 8월 17일 호텔이 문을 열었다. 주민 전체가 호텔 지배인이자 치유의 숲 가이드로, 식자재 생산자이자 호텔 온천 및 숍 운영자로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화제를 일으켰다. 도쿄에서 온 방송사 카메라와 신문, 잡지 등 언론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박에 3만엔(약 29만3000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약 문의가 빗발쳐 개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듬해 봄까지 예약이 찰 정도였다.

저자와 고스게촌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고령화와 젊은 인구 유출, 지방 경제력 약화라는 비슷한 현실을 마주한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고스게촌 이야기를 한국 어느 마을에나 적용할 수 있을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고스게촌은 깊은 산골 마을이었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었다. 또 고스게촌에서도 아무 집이나 호텔로 바꿀 순 없었다. 요즘 사람들이 하룻밤 지내고 싶은 매력적인 옛날 집이어야 했다. 부서지지 않고 잘 관리한 집이어야 했다. 음식도 시골 음식을 그대로 내놓지 않았다. 현지의 식재료를 썼지만 매우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요리를 내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