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문장] "어떤 목숨붙이도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네."
남의 둥지에 슬쩍 자신의 알을 낳아 키우는 탁란(托卵). 두견이과의 새(뻐꾸기류)가 대표적이다. 오목눈이의 둥지에 숨어든 뻐꾸기가 오목눈이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자신의 알을 낳아 채워 넣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 내외. 오목눈이 아비와 어미는 뻐꾸기 새끼를 제 새끼라 여기고 열심히 벌레를 물어와 먹인다. 이것을 자연의 섭리라 불러야 할지, 영악한 뻐꾸기의 속임수나 오목눈이의 눈먼 모성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목눈이의 사랑>은 말한다. ‘내 둥지에서 자라서 날아간 뻐꾸기 새끼와의 인연이 단순히 우리가, 또 내가 정말 바보 같고 멍청해서만 맺어졌던 것일까.’

낳은 정과 기른 정. <오목눈이의 사랑>은 그 둘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목눈이 ‘육분이’는 뻐꾸기 새끼 ‘앵두’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인도의 고추잠자리처럼, 육분이는 12㎝에 10g도 안 되는 작은 몸으로 수평선을 가른다. 바다를 건너는 것에는 뭔가 사람을 압도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맹목적인 사랑 또한 그러하다고.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이끌리듯 <오목눈이의 사랑>을 읽었다.

소설가 허남훈(2021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