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수많은 젊은이가 왜 자살 공격에 나섰는지를 조명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저자가 일본 유학 시절 제국 시대 일본군들의 이야기를 듣고 완성한 석사 논문을 뼈대로 집필했다. 생존한 참전 군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입된 이데올로기의 위력과 전쟁의 참상을 건조한 문체로 전한다. (오월의봄, 256쪽, 1만6500원)
‘호텔 왕’ 콘래드 힐튼이 말년에 한 TV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진행자가 힐튼에게 “호텔 제국을 건설하면서 얻은 최고의 교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힐튼은 잠시 침묵한 뒤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샤워 커튼을 욕조 안으로 넣는 걸 잊지 마세요.”관광지와 가깝고 인테리어가 훌륭한 호텔은 한둘이 아니다. 당신이 호텔 경영자라면 무엇으로 길 건너 호텔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객이 호텔을 재방문하고 친구에게 추천하게 하는 것은 매번 욕조 안으로 정리돼 있는 샤워 커튼, 곰팡이나 물기를 찾아볼 수 없이 매끈한 화장실 바닥 타일 같은 사소한 차이에서 비롯된다.피터 드러커와 함께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경영 구루’ 톰 피터스(사진)는 신간 <탁월한 기업의 조건>에서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작은 것, 경영의 디테일은 경영자의 책상 위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고, 실행은 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피터스는 묻는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샤워 커튼 정리 담당자’에 해당하는 직원에게 얼마나 시간을 썼는가?”그는 이 책에 ‘피터스 경영론’의 정수를 담았다. 그간 63개국에서 2500회 넘게 진행한 강연과 저서 18권을 집대성했다. 피터스는 “이 책은 지금까지 해온 연구의 요약이고 나의 마지막 노력, 나의 최선이 담긴 책”이라며 “지금 바로 읽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제목에 담긴 ‘탁월함(excellence)’은 피터스가 1977년 출간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초우량 기업의 조건> 이후 40년 넘게 강조해온 경영의 핵심이다. 탁월한 리더십이란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비결이다. 이런 탁월함을 만드는 것은 사람, 관계, 문화 등 소프트한 요소(soft stuff)라고 피터스는 거듭 강조한다. 수치, 계획, 조직도 같은 확실한 사실(hard facts)보다 소프트한 요소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인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조언도 담았다. 코로나19와 인공지능(AI)의 공세 속에서 직원에 대한 투자는 경영자 입장에서 제일 먼저 줄이고 싶은 비용처럼 보인다. 피터스는 도미니크 바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를 반박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직원과 혁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매출이 47%, 평균 순이익은 36% 높았다. 일자리 창출 규모는 평균 132%나 컸다.거대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만 읽으라고 쓴 책은 아니다. 피터스는 “인력과 혁신에 투자하는 장기 성과주의 관점은 직원이 9명인 지역 배관 서비스 회사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책에 담긴 조언을 확장하거나 관점만 달리하면 평범한 회사원이나 구직자도 새겨들을 만한 조언을 건질 수 있다. 예컨대 “하드한 요소는 약하고 소프트한 요소는 강하다”는 메시지는 회사원 입장에서는 ‘단기 성과에 울고 웃기보다는 자기 발전, 혁신을 위한 중장기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뜻이다.책은 쉽게 읽힌다. 간결하게 쓴 데다 몇 가지 주요 메시지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반복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각 장마다 ‘실천 사항’을 달아 ‘돌직구 조언’을 던진다. “인성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라” “기업의 성격과 상관없이 인문학을 전공한 입사 지원자를 찾아라”고 말하는 식이다. 스콧 하틀리의 <인문학 이펙트>, 조지 앤더스의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 등 참고할 책의 목록도 제시한다. 피터스는 “여러분은 책의 인용문들을 단숨에 읽어버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나의 허황한 희망은 여러분이 몇 개월, 몇 년에 걸쳐 또는 경력을 쌓아가는 내내 이 소견과 처방을 정말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2020년 하반기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대다수가 돈을 벌었고,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연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락했던 세계 주요 지수는 각국의 초저금리·양적완화 정책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상승장에 취한 사람들은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월가 헤지펀드 트레이더인 콜린 랭커스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각국의 양적완화와 재정 지출이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망치는 ‘대량살상무기’라고 생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생긴 거품이 걷히기도 전에 새로운 거품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2022년 현재 나스닥지수와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0% 이상 고꾸라졌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트레이더 콜린 씨의 일일>은 그가 어떻게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어내며 폭락장을 예측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9개월간 쓴 일기를 재구성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이 어떻게 팬데믹발(發) 폭락장에 대응했는지 세세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25년 경력의 베테랑 헤지펀드 트레이더다. 시타델, 발야스니 등 대형 헤지펀드 회사를 거쳐 숀펠드에서 글로벌채권 책임자를 맡고 있다.기관투자가인 그는 모두가 돈을 잃을 때조차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시장을 거시적으로 보고, 다가올 폭락장을 예측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는 미국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 2020년 6월에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푼 돈이 미래 투자에 집중되지 않고, 현재 위기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밴드’ 역할만 해 결국 부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트레이너들도 폭락장에 두려움을 느끼고, 정글 같은 금융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공간의 개념이 무너지고 그 역할이 바뀌면서 생활방식도 달라졌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회사 근처에서 먹던 점심을 배달 앱을 이용해 먹었다. 출근할 때 입을 옷 대신 집에서 편하게 앉을 의자를 구입했다. 외식비는 배달 플랫폼이 가져가고, 수십만원에 달하던 의류 소비액은 가구업계로 흘러갔다. 이처럼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의 변화는 소비 흐름을 바꾸고 산업 지형에도 변혁을 일으킨다.<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는 공간이라는 렌즈를 통해 발생하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경영데이터 플랫폼 회사에서 세계 각국의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속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최전선을 소개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회에 대해 설명한다.저자는 일하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아니라 ‘일과 삶이 결합된 방식(워라블·work and life blend)’이 새 트렌드로 뜨고 있다고 진단한다. 워라블을 추구하는 삶은 퇴근 전과 후의 삶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처럼 즐기면서 살아가고, 일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때로는 자연 속에서, 때로는 적당한 백색 소음이 가득한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집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업무공간’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원격근무로 인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증가했지만, 휴식과 근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 저하를 호소하기도 한다. 미술관이나 열차가 사무실로 변신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우나실도 책상을 들여 일하는 공간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저자는 온라인 쇼핑 확산에 따른 상업 공간의 극적인 변화에 맞춰 위기에 직면한 오프라인 소매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새롭게 추구하는 전략도 소개한다.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