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산림탄소중립 이슈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다
2021년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 중 산림 부문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 정책이 발표되자 사회 각층에서 다양한 이견이 드러났다. 탄소 흡수원이자 저장고이며, 국민에게는 빼어난 경관을 지닌 휴양지이고, 임업인에게는 경제 활동의 근거지가 되는 산림에 대한 기대와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른 탓이었다.

갈등이 이어지자 ㈔한국산림과학회에서는 ‘산림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했다. 산림 분야의 여러 과학자들이 모여 기후변화의 영향과 탄소 흡수, 벌채, 산림관리 정책 등에 대한 국내외의 과학적인 담론을 모았다.

산림경제학, 산림생태학, 산림자원학, 식물생태학, 목재해부학, 기후변화를 아우르는 산림과학자들은 이후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4개월 이상 매주 주말마다 회의를 거듭하며 보고서를 보다 체계적이고 읽기 편하도록 다듬었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용어를 따로 정리했고, 다양한 형식의 표와 도표를 활용해 내용의 풍성함을 더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산림을 대하기를 바라며 모은 지식을 담아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시대, 산림탄소경영의 과학적 근거'로 출간했다.

이 책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국내외의 이상 기상현상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다. 날씨로 체감되는 지구온난화의 흐름을 이해한 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1992년부터 2021년까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국내외의 노력을 설명하며 탄소중립이 도출된 과정과 산림 부문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 전략까지 살펴본다.

나무는 광합성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나무와 땅, 즉 산림에 이를 저장한다. 벌채된 나무 즉 목재는 탄소를 저장한 채 철강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탄소 다배출 제품을 대체한다. 이처럼 산림은 탄소 흡수원이자 저장고이며, 탄소 다배출 제품의 대체제로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산림을 오래 유지할수록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산림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고산 침엽수는 쇠퇴일로이고 산불, 산사태, 병해충 피해는 늘고 있다. 산림의 고령화로 나무의 생장은 더디어지고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줄어들고 있으며, 산림생태계의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인정한 핵심 탄소 흡수원인 산림 관리의 해법을 임업 순환 즉, 지속가능한 산림탄소경영에서 찾는다. 고령림을 수확해 탄소가 저장된 목재로 활용하고, 그 자리에 어리고 건강한 나무를 심어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국제지침에 맞는 산림탄소계정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한다.

기후위기에서 예외인 지역도, 자유로운 사람도 없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일상부터 산업까지 대전환이 필요한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있는 사실을 알아보는 혜안일 것이다.

저자들은 산림탄소중립 이슈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이해관계나 가시적인 현상으로 산림을 이해한다면 탄소중립은 물론 산림의 생태계 서비스마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여러 연구가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기후위기 현상에서 시작해 산림의 탄소 순환에서 임업 순환까지 주제를 좁혀가며 과학적인 사실 중심으로 설명한다.

겨울을 지낸 산림의 생장이 왕성해지는 4월은 식목일(4월 5일)과 과학의 날(4월 21일)과 지구의 날(4월 22일)을 거친다. 지구의 날을 비롯한 대부분의 환경 기념일은 달력에도 없지만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반드시 기억하는 날이어야 한다. 기억의 출발은 실천일 것이다. 산림탄소중립을 이해하는 과학적인 근거를 담은 책은 가능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이유이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시대, 산림탄소경영의 과학적 근거'는 띠지를 생략하고, 표지 코팅과 같은 후가공도 과감하게 접었다. 대신 코팅을 하지 않아도 책의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 종이를 선택했다. 표지와 면지는 가장 엄격한 국제 친환경 인증으로 알려진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다. FSC 인증 제품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해 숲과 야생 동물을 모두 보전하는데 기여한다. 본문 종이는 재생 펄프 함유량이 높은 종이를 사용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