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기자회견·토론회서 반대 목소리 이어져
"코로나·대선기간 승려대회, 시비 떠나 정당성 잃을 것"(종합)
조계종이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전국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불교계 안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불제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조계종 승려와 신도 20여명은 13일 서울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승려대회는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선거개입 시비를 일으키고, 일방적 추진으로 승가 분란의 소지가 다분하기에 대부분 스님은 승려대회를 찬성하지 않는다"며 승려대회 취소를 촉구했다.

이어 "그럼에도 스님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우리 종단에 자신의 속마음을 표출할 수 있는 민원 창구가 없기 때문"이라며 "스님들의 마음이 어떤지 진실을 알고 싶다면 '설문 조사'를 해 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대선기간 승려대회, 시비 떠나 정당성 잃을 것"(종합)
이들은 "우리는 승려대회를 반대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의 뜻을 대표해 종단 집행부에 승려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날 회견 도중 한 승려가 난입해 '정치 승려 자승은 대선에서 손 떼'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 피켓을 찢으며 기자회견을 주최한 쪽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승려대회를 둘러싼 부정적인 견해는 이날 불교사회단체들이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는 이날 서울 중구 우리함께빌딩에서 '20대 대통령선거와 불교'를 주제로 열린 불교사회단체 현안토론회에서 "대선 국면에서 불교는 이전과 달리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며 "승려대회와 범불교대회 추진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가 억울한 면이 있다 해도 선거 때마다 세를 조직해 내세운다는 것, 기시감이 들지 않느냐"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 삭감 이후 벌어진 산문(山門) 폐쇄, 4대강 사업 반대 등 종단 내 반정부 기류 등을 언급했다.

"코로나·대선기간 승려대회, 시비 떠나 정당성 잃을 것"(종합)
김 이사는 "그때 상황과 지금 상황이 판박이다.

(승려대회의) 의도의 순수성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공동대표 우희종 서울대 교수도 "지금 상황에 전국승려대회는 정치적 계산 속에 이뤄지는 행사"라며 "코로나에, 선거 기간에 승려대회를 한다는 것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대표는 "삶의 현장에서 종교와 정치가 함께 할 수는 있어도 제도나 정치적 측면에서는 분리돼야 한다"면서 "(현재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상황이기에 우리 불자들이 나서서 전국승려대회를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국 한국불자회의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승려대회, 범불교대회를 한다고 하는데, 이것으로 (문화재관람료, 종교편향)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결국은 이 문제를 정부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