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아바타로 인간의 삶 얘기…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가상세계 다룬 연극 '울트라월드'…"연극의 본질은 대면"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각종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가상(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이 앞다퉈 등장하고,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메타버스 세상도 더는 낯설지 않다.

국립극장이 지난 24일 리허설로 언론에 공개한 해외초청작 '울트라월드'(ULTRAWORLD)는 독일 폴크스뷔네 극장이 지난해 1월 초연한 연극으로, 가상공간 속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 속 남성 아바타 프랑크는 가상공간에 갇혀 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게임 속에서 프랑크는 주어진 운명과 상황을 거부하고 게임의 규칙을 찾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게임 속 주인공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다.

'울트라월드'의 주자네 케네디(44) 연출가는 이날 국립극장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프랑크라는 인물은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크는 처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거부하지만 결국 죽음을 인정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프랑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인간의 유한성을 배운다"고 덧붙였다.

또 "작품은 무엇인가 해결되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게임의 방법을 차용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도 비슷한 모티브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상세계 다룬 연극 '울트라월드'…"연극의 본질은 대면"
독일 출신의 케네디 연출은 2013년 독일에서 '올해의 신진 연출가'로 선정되는 등 현재 독일어권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다.

그의 작품에는 극적인 대사도 없고, 배우들은 실제 목소리로 말하지 않으며, 인물의 정체성도 딱히 없다.

대신 메타버스, 가상현실, 확장 현실 등 다양한 기술을 미학적으로 활용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구현한다.

그는 다양한 첨단 기술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연극은 환상이라는 측면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메타버스가 우리의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저의 궁극적인 관심은 삶은 무엇인가에 있다.

삶의 법칙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그는 연극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공연이 가상공간이나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연극의 본질은 관객과의 대면에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가능성에 관심이 많지만 연극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죠. 바로 거기에서 연극만의 힘이 나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대면이 더 절실합니다.

"
공연은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연합뉴스